(뉴욕=연합인포맥스) 1년 전 이맘때다. 글로벌 금융시장 중에도 채권시장은 지옥도였다. 이른바 '추락천사'가 속출했다. 멀쩡한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투자적격 등급을 상실하고 정크본드로 전락하면서다.

최종 대부자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나서자 채권시장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연준이 '쓰레기채권(정크본드:junk bond)'까지 구제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2조3천억달러 규모로 조성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제 대책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투자적격 등급에서 BB+, BB, BB- 등으로 추락한 세 개의 하이일드본드가 대상이었다.

연준이 추락천사로 전락한 포드(F) 등의 회사채를 직간접적으로 사면서 채권시장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떠다니는 세균 덩어리는 지적을 받는 등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받은 크루즈업체 카니발(CCL) 채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린 카니발은 크루즈선을 담보로 잡히고도 제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연준이 나서서 겨우 조달한 채권의 금리 수준은 11.5%였다.

1년 전에는 모두가 공포에 휩싸였던 시기였다. 두자릿수 금리에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연준이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하면서 '추락천사'들이 채권 투자자들에게 진짜 '천사'가 되고 있다. 카니발의 경우 채권 유통 수익률이 4%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채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투자 적격 회사채는 1년 사이에 수익률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해 들어 상승하면서 수익률 스프레드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투자적격 회사채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연 1.9%에 불과했다.

미 국채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비교할 때 1%포인트 안팎 수준의 수익률을 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었다는 의미다. 최근 이 스프레드는 더 좁혀졌을 것으로 점쳐진다.

비교적 장기물로 조달된 투자적격 회사채의 경우 미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무구조가 양호했던 미국의 최상위 등급 회사들은 팬데믹(대유행) 단기물에 의존하던 만기구조를 팬데믹(대유행) 초기부터 큰 폭으로 연장했다. 급격한 경기 위축에 견딜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이었다. 투자등급 회사채 지수(ICE BofA)에 따르면 채권의 만기와 관련된 이자율 민감도 측정 기준인 시장의 듀레이션은 팬데믹 초기 7.1년에서 거의 8.5년으로 증가했다.

팬데믹 1년이 지나면서 결국은 '쓰레기 채권(정크본드)'이 채권 투자자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연준의 무한대급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연준이 정크본드 투자자들에게 보조금을 준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준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 등으로 리스크를 관리한 투자자는 징벌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탐욕을 극대화한 투자자는 보상을 받고 있다. 이 정도라면 자본주의 투자 전략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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