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 수입 금지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 마감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배터리 소송이 중대 기로를 맞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기사회생하게 된다.

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ITC 결정이 확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 철수까지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ITC 결정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1일(미국 현지시간)까지다.

ITC는 지난 2월 10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품, 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다만 미국 고객사들을 우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에 대해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기사회생하게 된다.

수입금지가 무효가 되며 큰 시름을 덜고, LG와 유리한 입장에서 합의를 시도하거나 델라웨어 민사 소송에서 배상금 규모를 다투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바이든 정부의 미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 철수까지 감수하겠다며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ITC가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후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공사 속도를 늦춰왔으며, 최근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공사 발주도 중단했다.

지난 1일 LG-SK의 ITC 특허 분쟁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진 점도 SK이노베이션에 다소 유리한 측면이다.

그러나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없어 ITC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해 항소할 전망이다.

항소심 중에는 델라웨어에 제기된 민사재판도 같이 연기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최소 1년은 벌 수 있다.

그사이 사업 철수 여부를 결정하거나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ITC 최종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 한 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SK가 1조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한 반면 LG는 3조원 이상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3조원 이상을 지급하면서까지 미국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현재 미국 사업 포기 가능성을 포함해 외부 컨설팅 용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금 지급과 미국 사업 철수의 득실을 따져 철수가 낫다고 판단되면 미국 사업을 접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합의를 마냥 늦출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연내 상장을 앞둔 가운데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리콜 비용으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데다 이달 8일께 발표되는 GM의 볼트 전기차에 대한 화재 원인에 대한 결과도 부담스럽다.

오는 7월 결과가 나오는 ITC 특허 분쟁에서 LG가 SK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지면 LG 역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말에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가 LG와 SK의 협상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 모두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전을 벌이며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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