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우려 나타나

CS 최대 주주 "리스크 통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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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스위스계 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아케고스·그린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 울렸던 경보음을 무시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월가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CS는 지난 2월 말부터 흔들렸다. 고객사였던 금융회사 그린실 캐피털에 대한 내부 경고가 수년간 이어져 왔음에도 대처하지 못했고, 100억달러 규모 그린실 관련 펀드들이 타격을 입었다.

CS는 오랜 고객인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 캐피털에도 다른 기관보다 많은 자금을 빌려줬다. 아케고스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고객사였다. 하지만 CS는 다른 기관보다 대응이 굼떴고 아케고스 사태로 47억달러 손실을 봤다. 한 해 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그린실 사태로 입은 손실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소식통에 따르면 CS를 믿었던 펀드 투자자들이 15억달러를 잃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토마스 고트슈타인 CS 최고경영자(CEO)는 6일 낸 성명에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중요한 교훈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WSJ은 "지금 CS가 완전 위기모드다"라고 했다. 의사결정에 참여한 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는데, 수년간 컴플라이언스와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도 위험한 거래와 엮인 경위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지난 2월 말 이후 CS 주가는 25%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6일 사임한 리스크관리·컴플라이언스를 이끌어온 라라 와너는 최근 몇 개월 사이 아케고스와 그린실에 대해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부문을 이끈 브라이언 친과 아케고스 업무를 맡았던 이들도 물러났다.

CS는 최근 수년 동안 연속적인 위기에 봉착해왔다. 미행 스캔들로 티잔 티암 CEO가 퇴임한 바 있고, 회계부정을 저지른 중국 루이싱커피 창업자에게 제공했던 대출이 손실을 냈다. 일부 직원과 아프리카 모잠비크 고위 인사가 저지른 대출 사기로 20억달러 이상 벌금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았던 게 CS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CS는 투자은행과 자산운용 업무를 모두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고객을 다른 부문에 소개해주며 협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린실 업무를 맡은 자산운용과 아케고스를 다룬 투자은행은 다른 월가 대형 은행과 맞서기엔 규모가 작았다. 덩치 큰 경쟁사보다 적은 수의 고객으로부터 많은 수익을 내려다가 리스크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더 많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지난해 CS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증권을 월가에서 가장 많이 인수했고, 대출채권담보증권(CLO)에도 대거 투자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선보였던 그린실의 공급망금융 대출에 투자하는 펀드는 히트를 했다. 그린실이 기업에 내준 대출을 묶은 증권을 사주는 펀드였다. CS에서 자산운용 부문을 이끈 에릭 바벨은 고객들에게 단기적으로 투자하면서 매력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고음은 펀드가 나오기 전부터 울렸다. CS에서 구조화금융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그린실 관련 펀드를 반대했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원자재금융을 담당한 직원들도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그린실의 최대 대출고객인 영국 철강업계 거물 산지브 굽타와의 비즈니스를 중단했다.

지난 2018년에는 스위스 투자회사 GAM이 그린실과 산지브 굽타 소유의 기업에 투자한 직원에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CS 내부적으로 그린실 펀드에 대한 검토가 진행됐지만, 펀드를 운용하는 팀에서 별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WSJ이 취재원을 인용했다.

구조화금융 담당자들은 2019년에도 그린실이 사업상 꾀를 부리는 듯하다고 경고했지만, 당해 말에 그린실 관련 펀드들은 몸집을 세 배나 불려 90억달러에 달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은 유럽 투자자들이 투자대안으로 삼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자금이 빠졌다.

그린실은 지난해 10월 1억4천만달러를 빌려달라고 CS에 요구했다. 애초 영국 런던에서 일하는 리스크관리 담당자들은 대출 승인을 거절했다. 독일 금융당국이 그린실 은행 부문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그런데도 라라 와너를 비롯한 간부들이 10억달러가 넘는 담보를 믿고 대출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2월 22일 그린실의 신용보험 계약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라라 와너가 알게 됐고, CS는 관련 펀드들을 3월 1일에 동결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3주 뒤엔 CS의 주요 고객 아케고스가 무너졌다.

프라임 브로커였던 CS는 아케고스의 빌 황이 헤지펀드 타이거아시아를 이끌던 시절에도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를 제공했다. 타이거아시아는 2012년에 내부자 거래 관련 혐의를 인정했고, 고객 자산을 운용할 수 없게 된 빌 황이 세운 패밀리오피스가 아케고스다. CS는 빌 황과 관련해 리스크를 인지했지만, 외부고객 자산을 운용하지 않는 점에 안심했다는 설명이다.

WSJ은 또 CS가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보다 아케고스에 대한 리스크를 많이 부담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했다. CS 투자은행 부문은 아케고스 붕괴 몇 주 전에 익스포저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아케고스가 위기에 처해 투자은행들을 불러 모았을 때도 신중한 접근법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26일 다른 투자은행들이 아케고스와 엮인 주식을 투매했고 CS가 큰 손실을 보았다.

그린실 사태에 이어 또 다른 위기를 맞자 CS는 전체적인 리스크관리 문화를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그린실 사태 후속 조치 작업을 확대했다. WSJ에 따르면 CS 최대 주주인 해리스어소시에이트는 고트슈타인 CEO가 직을 이어가길 바라면서도, 리스크를 제대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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