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는 블라인드보다 SMA…프라이빗 크레딧도 매력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증시는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작년부터 여러 가지 좋은 스토리들이 맞물리면서 주가 멀티플도 확장됐다면 이제는 (실적이) 주가를 입증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이 왔다. 실적이 현재 주가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면 조정 가능성이 있다."

장동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사업이사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증시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장동헌 CIO는 "경기가 올라올 땐 금리 및 물가 지표가 언제든 시장을 괴롭힐 수 있고 코로나19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금리와 물가, 코로나19 상황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리가 과거와는 너무나 다른 레벨에 왔기 때문에 그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도 쉽게 헤아릴 수 없다"며 "결국 공짜는 없기 때문에 경기나 경제가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만큼 공제회와 연기금도 전통 자산군에서 지난해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까지 전통 자산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2년 연속 기록했는데 이는 굉장히 이례적이지 이를 '상수'로 봐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5년 11월 행정공제회 사업 부이사장으로 취임한 장동헌 CIO는 3년 임기를 마친 뒤 2019년 1월 연임에 성공했다. 부임 전 8조원이 채 안 되던 행정공제회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16조원을 넘어서며 두 배 넘게 성장했고 경영 면에서도 5년 연속 흑자경영을 지속하는 등 성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행정공제회에 부임하기 전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주식 부문에서 주로 경력을 다졌다. 2005년부터 3년 동안은 금융감독원 증권연구팀장으로도 재직하는 등 민·관을 고루 경험한 점이 강점이다.

다음은 장동헌 CIO와의 일문일답.

- 경기와 시장 전반 어떻게 전망하는지.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는데.

▲각국 중앙은행이 부양조치를 공급하고 있지만, 누적으로 자산 가격이 그렇게 많이 오를 거 같지는 않다.

연기금 컨설팅 기관들이 낸 자료를 보면 향후 5~10년에 걸쳐 연기금 기대 수익률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는 자산 간의 전통적인 상관관계와 구조가 다 어그러져 있는 상황인데 하나씩 조합을 맞추면서 원상회복하려면 조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초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제회도 목표수익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어떤 전략적 변화를 택했나.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대체투자 전략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체투자를 하면서 이같은 코로나 사태를 겪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 만큼 코로나 사태는 대체투자 측면에선 좋은 스트레스 테스트였다고 본다. 대체투자가 얼마나 유연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잘 관리가 됐다. 대체투자 비중은 조금씩 더 늘려갈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행정공제회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대체투자 비중은 61% 수준이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동은 있겠지만 대체투자에 더 집중한다는 전략엔 변함이 없다.

- 올해 대체투자 부문에서 관심 있게 보거나 비중을 확대하려는 분야가 있는지. 또는 별도의 전략이 있는지.

▲올해는 대체투자 분야에서 블라인드 펀드보다 별도운용계정(SMA) 쪽으로 더 많이 갈 것 같다. 행정공제회의 자산 규모가 커지다 보니 블라인드 약정만으론 원하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SMA는 투자 규모와 시점 등을 우리가 조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모대출펀드(PDF)도 몇 번 자금을 맡겨봤는데 위탁운용사 중 누가 코로나19 위기 때 돈을 잘 관리하는지 우열이 가려지더라. 우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기관을 선정해 SMA를 맡길 예정이다. 절반씩 자금을 내는 조인트벤처(JV) 형식도 가능할 것이고.

또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PC)이라는 자산에도 관심이 간다. 지난해 외부 기관의 컨설팅을 받았는데 채권수익률이 떨어지니 PC 자산을 늘려보라는 권고가 있었다.

프라이빗 크레딧에는 굉장히 광범위한 자산들이 포함된다. 부동산, 인프라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등도 아우른다. 가령 온라인 스트리밍 음악에 대한 로열티를 현금화하는 것에 대한 투자도 있는데 이 또한 프라이빗 크레딧의 일종이다. 이런 분야도 대체투자의 새로운 투자처로 보고 분석 중이다.

프라이빗 크레딧의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총자산에서 목표치 대비 3~4%포인트는 더 채워야 할 것이다.





[사진 설명 :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이사 겸 최고투자책임자]

SMA는 투자자가 운용사와 일임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일반 블라인드 펀드와 달리 투자자 요구사항이 반영된 단독 맞춤형 계정으로 사전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용된다.

예를 들어 해외채권을 SMA로 투자한다면 출자자가 원하는 목표금리와 리스크, 담보물, 구조 등을 최대한 고려해 맞춤형 상품이 제공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만큼 충분한 자금이 설정돼야 계정을 개설할 수 있어 통상 1억달러 이상 출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체투자 분야에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과 기회는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리스크는 대체투자 분야에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정상적으로 반영이 안 되고 가치 평가가 어렵다는 점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나 오피스는 코로나19 이후 가격이 내려가서 거래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거래가 잘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둔 상장 리츠는 NAV(순자산가치) 대비 30~40% 떨어진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프라이빗 마켓과 공개시장 간 괴리가 큰 것이다. 프라이빗 마켓이 그런 점을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점이 리스크다.

부동산은 현재 전환기에 있다고 본다. 기존에는 리테일, 호텔 등이 주력 투자처였지만 요즘 너무 안 좋다. 반면 데이터 및 물류 센터, 생명과학 시설 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난리가 아니다. 과거에는 리테일 등이 핵심(코어)이었고 인기가 별로였던 데이터·물류 센터는 주변(새틀라이트)이었는데 이젠 뒤집혔다. 새로운 자산은 NAV 대비 프리미엄을 주고 사야 하는 반면 주식처럼 원할 때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건 또 아니다. 머리 아픈 상황이다.

호텔이나 리테일은 약세가 앞으로 2~3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은 그래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굉장히 빨리 반등할 수 있지만, 리테일은 제일 어렵고 애매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하더라도 금방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

물류나 데이터 센터는 최근에 자본환원율(Cap Rate)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기존에 완성된 코어 자산은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고 투자하기도 조금 더 겁이 난다는 뜻이다.

기회는 인프라 등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인프라에도 역점을 두는데 공항이나 도로처럼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고 국내총생산(GDP)에 노출이 큰 자산은 비중이 작다. 대신 계약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안정적인 민간협력사업(PPP) 등을 선호한다. 인프라도 대출 관련 자산이 전체 인프라 투자의 20~30%를 차지한다. 우리는 보수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편이다.

- 지난해 특히 성과가 좋았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작년 대체투자 중 해외가 4.7%였던 반면 국내가 15%를 넘었다. 판교 알파돔시티 6-1 블록의 지분 50%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데 따른 것이다.

2017년 알파돔시티 6-1 블록의 지분 100%를 4천300억원의 에쿼티로 투자했다. 이 가운데 지분 50%를 교직원공제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이때 지분 가치가 9천500억원으로 평가됐다. 3년 만에 지분 가치가 약 120% 증가한 것이다.

현재 나머지 지분 50%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데 카카오가 장기 임차계약을 맺었고 판교의 성장성까지 고려하면 향후 임대료 및 자산 가격 상승효과를 모두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장동헌 CIO의 부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행정공제회의 지급준비율이 10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지급준비율은 공제회 회원 모두가 공제회를 탈퇴했을 때 내줘야 하는 원금과 이자를 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100%를 넘었다는 것은 지급 규모보다 순자산이 크다는 뜻이다. 2015년 말 86.9%에 불과했던 행정공제회의 지급준비율은 2018년 말 96%를 넘어섰고 2019년 말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03.8%까지 증가했다.

장동헌 CIO는 "연임이 결정됐을 때 두 번째 임기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지급준비율을 100%로 맞출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모든 기금운용은 지급준비율 하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2019년 말 100%가 넘었을 때 짜릿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행정공제회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7.0%를 달성했다. 총 운용자산은 16조3천5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558억원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천14억원으로 5년 연속 흑자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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