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와의 배터리 소송과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난제를 해결한 SK그룹이 전매특허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텔레콤이 14일 오랫동안 검토해 온 사업 분할을 확정지으면서 비통신 사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돼 그룹 차원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은 갖춰지게 됐다.

사업 분할을 통해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를 통해 미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모회사인 SK㈜는 오는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이날 주주가치 제고와 성장 가속화를 위해 AI&디지인프라컴퍼니(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공식화했다.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다.

ICT 투자회사는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자회사로 두며,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반도체강국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SK그룹이 ICT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성공 가능성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ICT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배당수익과 IPO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SKT는 현재 원스토어, ADT캡스 등 계열사 IPO를 준비 중이다.

나아가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미래 성장동력의 강화를 통해 '탈통신' 체질 개선에도 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자회사 SK하이닉스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그룹은 일단 부인했지만, 중장기적으로 ICT 투자회사를 SK㈜와 합병해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뛰어들 것으로도 점쳐진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그간 국내외 유망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려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 왔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의 손자회사인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를 진행할 경우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설립된 ICT투자회사가 향후 SK㈜와 합병할 경우 SK하이닉스도 SK㈜의 자회사 지위를 갖게 돼 본격적인 글로벌 M&A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2년여를 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송에서 최근 합의한 점도 SK그룹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에 2조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배터리와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배상금 부담을 안았지만 미국 수입 금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미국 내 배터리 투자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 공장 건설과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도 차질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SK그룹의 이같은 행보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경영 화두로 강조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큰 맥락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SK㈜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실현을 위해 올해 초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했다.

대신 4대 핵심 영역과 연관성이 적거나 시너지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하고, 투자회사 상장이나 소수 지분 매각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외부 투자 파트너로부터 자금 유치 등을 통해 5년간 총 46조원의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후 오는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겠다는 것이 SK㈜의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SK텔레콤은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6시 1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