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주력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추진하게 될 인수·합병(M&A)에서 날개를 달게 될지 주목된다.

SK그룹은 일단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M&A를 위해서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되는 투자회사와 SK㈜와의 합병이 결국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SK텔레콤은 14일 통신과 반도체, 뉴 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할로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둔 AI&디지인프라컴퍼니(존속회사)와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ICT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로 나뉜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SK텔레콤이 ICT투자전문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 "합병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SK㈜와 중간지주사가 합병할 경우 대주주의 지분을 희석하지 않기 위해 신설회사의 주가를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은 지난달 SK텔레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런 우려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주가 부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이처럼 합병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주가 하락 우려로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SK텔레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부결되면 올해 내 지배구조 개편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를 중간지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 지분 10%를 추가 매입해야 한다.

해당 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SKT가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은 20.1%로,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내년 이후 지분율 약 10%를 끌어올리기 위해 1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ICT투자전문회사와 SK㈜와의 합병은 SK하이닉스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결국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그간 국내외 유망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려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 왔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의 손자회사인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를 진행할 경우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유망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51% 지분 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합작투자 설립 시에도 역시 지분 100% 보유가 필요해 사업 확장에 제한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 설립된 ICT투자전문회사가 SK㈜와 합병할 경우 SK하이닉스도 SK㈜의 자회사 지위를 갖게 돼 본격적인 글로벌 M&A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주주 반발을 의식해 합병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3~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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