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인플레이션이 확실하지 않을 수 있지만, 베팅해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14일(현지시간) 투자전문지 배런스를 통해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시장의 무관심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3월 CPI는 전년 대비로 2.6% 올라 전월의 1.7% 상승을 크게 웃돌았다. 전월대비로는 0.6% 상승하며 전문가 예상치 0.5%를 상회했다.

이번 지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발표 당일 존슨앤드존슨(J&J)의 백신 우려로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3월 물가 지표부터 작년 경제 봉쇄 여파로 전년 대비 상승률이 인위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꾸준히 전달해왔다.

가베칼 리서치의 윌 디너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기저효과는 실제 일부 작용한다. 기저효과는 4월과 5월 들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다만, 이것이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이란 사실을 약화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저효과를 구분하기 위해 지난 2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추산해 보면, 평균 2.1%로 나타났다고 디너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했다. 이는 지난 1년간의 상승률(2.6%)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목표치 2%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는 "지난 6개월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3.5%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기저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도 지난 2009년 여름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다른 지표를 통해서도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은 확인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화와 서비스에 가중치를 부여해 집계한 '스티키'(sticky) 소비자물가지수는 3월 들어 3.5% 상승했다. 지난 2월의 2.3% 상승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에 대해 블리클리 어드바이저스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일시적'의 반대말이 있다면 '스티키'일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제 막 자신들의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배런스는 "오늘 나온 연준의 경기 평가 보고서(베이지북)를 보면 전국의 기업들이 도매가격 압박 속에 물가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 이상으로 본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은 연준을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울프의 크리스 세네크 수석 전략가는 "물가 상승은 단순한 완제품과 유가 상승 이상의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근원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은 소비 수요의 급반등세 속에 원자재 가격이 광범위하게 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4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뜨거우면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기존 입장과 달리 시장이 4월 물가에 크게 반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연준도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은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시기다.

디너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의 기준은 낮으면서도 모호하다"며 "실업률이나 소비자물가가 연준을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기대 심리가 높아지면 사람들은 더 비싸기 전에 물건을 구매하려 하고,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더욱더 자극하기 때문이다.

디너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나 업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나 시장 지표 등에 따르면 실제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현재 시장에 나타난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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