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의 최대 매수 세력이 다시 등장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최근 해외채를 크게 사들였는데, 이중 상당수는 미국 국채일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한 주간 일본의 장기투자기관은 해외채권을 1조7천억엔(약 150억달러) 순매수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매수 규모를 가장 크게 늘렸다.

실제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주간 변동 차트 등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일본의 해외채 매매 동향과 크게 연동하며 움직였다. 특히 일본이 매매 규모를 크게 키울 때마다 미국 금리의 방향성이 뒤바뀌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일본 해외채 매매와 미 10년물 금리 변동 추이>



일본은 올해 2월 셋째 주와 넷째 주 각각 1조9천억엔과 1조7천억엔의 해외채를 순매도했는데, 당시 미국 10년물 금리는 1.20%선을 막 웃돌기 시작해 3월 중순 1.72%선 부근까지 급등세를 이어갔다.

작년 6월 첫째 주에는 이전 3주간의 순매도세를 벗어나 1조엔의 순매수로 돌아섰고, 그 뒤로 2주간 각각 1조7천억엔과 1조5천억엔의 순매수를 이어갔다. 6월 첫째 주 0.90%였던 미국 10년물 금리는 일본의 매수세와 함께 반락하기 시작했고, 8월 첫째 주 0.53%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또한, 작년 1월부터 3월말까지 미국 10년물 금리가 1.79%에서 0.60%선까지 추락하는 동안 일본은 대대적인 순매수를 보인 바 있다(1월 둘째 주 2조3천억엔, 2월 첫째 주 1조6천억엔, 2월 둘째 주 1조4천억엔, 3월 첫째 주 4조2천억엔 순매수).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의 해외채 매수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 국채였고, 이는 지난밤 미국 10년물 금리 하락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BMO의 이안 린겐 금리 헤드는 CNBC를 통해 "일본 투자자가 이달 초순 한 주간 150억달러 이상의 해외채를 사들였는데, 이중 상당수는 미국 국채로 보인다"며 "이런 매수세는 미국 국채의 약세 흐름이 꺾일 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이 4월부터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하며 전반적인 해외채 매수 수요가 살아난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은행과 보험사들은 3월말에 끝나는 회계연도의 실적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2월 해외채를 내다 팔았다"며 "이들이 이제는 매수세로 다시 돌아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짐 보겔 FHN파이낸셜 전략가는 "4월은 항상 과도기였고, 이는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내린 하나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채시장은 일본의 추가적인 움직임에 계속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2천600억달러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일본이 이달 들어 해외채 매수와 동시에 해외 주식을 대거 처분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기투자기관들이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에 나선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4월 첫째 주 해외 주식 순매도 규모는 6천억엔으로, 작년 12월 중순 이후 가장 컸다.

마켓워치는 "일본 투자자가 환 헤지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현재 미국 국채 금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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