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도 유독 세계 2위 콘텐츠 시장인 중국에서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인터넷 및 콘텐츠 기업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중국 현지 상황이 종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페이지컴퍼니(이하 카카오페이지)가 지난해 연말 홍콩에 설립한 현지 웹툰 법인 '홍콩 TXKP 리미티드'는 석 달째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인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세운 곳으로,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지가 중국 시장에 웹툰 콘텐츠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만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지가 홍콩법인을 통해 텐센트와의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로 실제 진행 상황은 더딘 형편이다.

해외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강력한 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혐한' 분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해외 콘텐츠에 대한 견제가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현지 당국의 해외 기업들에 대한 규제도 까다로운 만큼 국내 회사들은 현지 업체와 협력해 시장을 뚫어나가는 우회적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중국 시장에서 현지 2위 웹툰 플랫폼인 '텐센트동만'을 통해 50여편의 인기 작품을 중국어 간체로 번역해 공급해오면서 직진출 리스크를 피해왔다.

텐센트동만은 텐센트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카카오와 텐센트가 나눠가져왔다.

법인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대신 현지 웹툰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방식에 무게를 둬온 것이다.

이는 카카오엔터가 일본 등 해외 국가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는 '만화의 본고지'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는 현재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픽코마에 웹툰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픽코마에서 카카오엔터의 웹툰 비율은 1% 안팎에 그치지만, 전체 매출의 40%를 창출하고 있다.

이외에 미국·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성과를 키워나가면서 국내외 통합 IP(지적재산권) 거래액은 2019년 3천200억원에서 지난해 5천300억원으로 66% 급증했다.

글로벌 웹툰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네이버웹툰도 유독 중국 시장에서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10개 언어로 번역해 서비스 중인, 명실상부 글로벌 1위 웹툰 사업자다.

세계 월간 이용자(MAU)는 7천200만명, 유료 콘텐츠 거래액은 8천200억원에 달한다.

2013년 유료보기와 광고, IP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PPS 프로그램'을 만들고 2014년 글로벌 서비스를 내놓은 결과다.

북미·유럽·남미·동남아 등 해외 각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네이버웹툰도 유독 중국에서만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6년 홍콩 현지법인 와통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후 중국과 대만 등에서 웹툰 서비스를 전개해왔다.

국내 인기웹툰인 '여신강림'과 '재혼왕후' 등을 현지 중국어 간체와 번체(대만어)로 번역해 제공해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 웹툰 애플리케이션(앱) 1위는 콰이칸만화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텐센트·웨이보·즈인만커·만커잔·만화타이 등 현지 업체들이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하고 있을 뿐, 네이버웹툰은 주요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웹툰이 2016년 한한령 이후 강화된 중국 당국의 견제로 인해 현지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북미와 유럽 등 서구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방송·영화·게임 등을 포함한 중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약 405조원으로, 미국(969조원) 다음이며 한국(72조원)의 6배 수준에 달한다.

월간 이용자 수가 1천만명 이상인 플랫폼만 20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가 글로벌 웹툰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을 영영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한류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현지에서도 안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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