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암호화폐는 결국 달러의 지위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투자전문지 배런스가 진단했다.

외환전문 트레이딩 기관인 바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18일(현지시간) 매체를 통해 "비트코인이 특이한 경우만 제외하면 거래 수단이 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경제적 이유가 충분하게 많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테슬라와 페이팔을 비롯해 신용카드 회사, 은행 등이 암호화폐의 활용도를 키우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비트코인은 결국 전통적인 화폐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게 챈들러 수석 전략가의 평가다.

그는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비트코인이 제한된 공급과 블록체인 인증 등의 편의성으로 달러보다 나을 수 있다"며 "달러는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인쇄기(중앙은행)를 통해 꾸준하게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레셤의 법칙에 따르면 악화(bad money)가 양화(good money)를 구축한다. 두 종류의 화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소재가 우수한 화폐는 저장되고 열등한 화폐만 유통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가치가 떨어지는 달러화가 거래에 활용되고, 비트코인은 사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은 누군가의 희망과 우려가 투영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동시에 미국의 쇠퇴나 달러 지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거론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 규모는 7조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며 "지난 2년간 세계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액 증가 규모는 중국 위안화 보유액 전체보다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지난해 팬데믹 위기에서 얻은 교훈은 누구나 달러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비(非)미국계 은행권의 달러 조달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 금융과 그와 연관된 정책 이슈에서 달러의 지배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많은 결함 속에서도 달러는 가장 중요한 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세계 공급망도 종종 달러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외환시장 8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달러는 경쟁 상대가 없고,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 호환성이 떨어지고 위안화 시장은 중요 역할을 담당하기에 투명성도 뒤처진다.

유럽의 통화 동맹은 완성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유럽의 재정 통합은 기껏해야 걸음마 단계이고, 유로화 채권시장은 분열되어 있어 미국 국채보다는 미국 지방채 시장과 비슷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영란은행과 캐나다중앙은행의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는 지난 2019년 잭슨홀 회의에 참석해 달러가 금융 불안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과거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브레턴우즈에서 제안한 국제통화 방코르(Bankor)에 대한 아이디어를 디지털화하자고 역설했다.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몇 개월 뒤에 세계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국 중앙은행과 체결한 달러 스와프였다"며 "달러 스와프 라인은 금융위기 당시에도 강력한 역할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중앙집권형의 권력을 경멸하는 많은 미국인조차도 공정성 확보와 합법적 무력 사용과 같은 국가의 권한은 인정한다"며 "화폐 권력도 국가가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분산형 금융의 단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앙집권형 금융이 등장했고, 세계 경제 내 달러의 역할은 미국 국채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 규모, 그리고 설득력 있는 대안의 부재 등으로도 설명된다"고 주장했다.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적한 것처럼 암호화폐의 경쟁상대는 달러가 아닌 금과 같이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이라며 "대중이 신기술의 혜택을 누린다면, 그것은 암호화폐보다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중은 공공의 인증을 사적인 인증보다 더 선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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