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꿀 이베이코리아 본입찰 일정이 확정되면서 다음달 최종 인수 후보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에게 본입찰 일정을 내달 14일로 확정 통보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들 후보자들로부터 최종 인수가를 제시받은 뒤 입찰가격, 비가격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롯데쇼핑·이마트·SK텔레콤·MBK파트너스 등 4곳이 숏리스트로 선정돼 이베이코리아 세부 정보를 열람하는 예비실사를 진행 중으로,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매각 대상은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로, 매각 희망가는 5조원대로 알려졌다.

당초 유력 후보였던 카카오가 막판 불참했음에도 내로라하는 인수 후보들이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인수전 초반보다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딜 초반만 해도 인수 후보자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보고 있는지 의문이 많았지만,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격변하는 시장을 바라보면서 후보자들의 자세도 달라졌다"면서 "시너지 효과를 중심으로 진지하게 인수가격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들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접촉하며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1% 증가한 161조1천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5년 27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생활용품과 음식료품 위주로 온라인 소비가 늘었는데,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11번가(6%), 롯데온(5%), SSG닷컴(3%) 순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30%는 넘어야 안정적으로 시장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아직 쿠팡을 비롯한 선두주자들도 10%대 점유율에 머물러 있어 반격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대규모 자금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유통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 후보자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당초 5조원 안팎의 몸 값이 부담돼 매각에 실패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이 같은 위기감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후보는 롯데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온라인 사업 확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임하는 등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쇼핑과 쿠팡을 뛰어넘어 단숨에 온라인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일단 시장점유율을 높여 경쟁사들보다 우위를 점한 뒤 롯데온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롯데쇼핑이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대표로 영입해 부사장으로 격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도 온라인쇼핑 강화에 대한 의지로 읽힌다.

나 대표 영입이 단순히 롯데온 체질 개선을 위한 게 아니라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시너지를 위한 화학적 결합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5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가 나올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고 충성고객이 확보돼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인수 후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수 금액 이외에 전통 오픈마켓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판매자 확보, 물류 인프라 추가를 통한 배송 편의성 향상, 기존 플랫폼과의 시스템 통합 등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인수 후 단기적인 불확실성과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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