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분기말 듀레이션 수요 몰려…실수요 전반으로 보기는 무리

원금채 수요 노리는 베팅 세력도…초장기 커브 변동성 심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노요빈 기자 = 올해 1분기 동안에 보험사가 사들인 스트립 원금채 규모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금리가 급변동하면서, 뒤늦게 매수에 급하게 뛰어든 기관은 원금채로 듀레이션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초부터 대체로 금리가 우상향한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투자였지만, 굳이 여타 초장기물과 비교해 원금채를 담을 만한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20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보험사와 기금은 지난 1분기에 만기 20년물 이상 초장기물 원금채를 모두 1조6천870억 원 사들였다.

국고 30년 20-2호와 21-2호 원금채를 각각 4천750억 원과 4천160억 원 매수했고, 국고 50년물 20-10호 원금채도 5천260억 원 사들였다.

이는 작년 1분기 중 순매수(8천720억 원) 대비해 두 배가량 큰 규모다.

스트립 채권은 이표채의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이를 각각의 무이표채권으로 만든 상품이다. 이 중에서 원금채는 원금을 분리해낸 부분을 말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점차 원금채의 인기가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올해 원금채 매수세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원금채는 초장기물 지표물 대비해 유동성 및 가격이 떨어지고, 공사채 주택저당증권(MBS) 등 대체 상품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투자 수요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지난 2020년 11월 19일 오전 10시2분 송고한 "서울채권시장 초장기물 강한데 원금채 수요는 저조…배경은" 기사 참조)

지난 3월 시장 금리가 급변동하면서 일부 듀레이션 확대를 미뤄온 기관에서 분기 말을 앞두고 원금채를 통한 듀레이션 확대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3월에만 분기 중 매수한 총 금액의 약 44%인 7천420억 원을 매수했다.

원금채는 따로 현금 흐름 없이 만기에 일시 상환된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듀레이션을 늘릴 수 있는 투자 수단이 된다.

다만 오히려 이러한 원금채 특성상 수요가 노출되면 증권사 등에서 이를 노린 커브 베팅에 나서 초장기물 커브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그간 초장기 쪽이 유독 강세를 보였고, 보험사들은 듀레이션 이슈 때문에 매수 유인이 있었다"며 "입찰 연계해 스트립 채권 매수 쪽으로 대응했다. 조금이라도 일드업과 듀레이션을 확대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한편 원금채 수요는 전체 실수요 가운데 일부분을 차지해, 장투기관 전반의 분위기로 확대하여 해석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원금채는 만기 일시 상환에 따른 재투자 리스크가 높고, 현금 흐름이 없어 자금운용 여건에는 부담을 줄 수 있어 그 수요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지난 3월에 일부 보험사들이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원금채를 매수했다"며 "보험업계 전반으로 확대해 보기 어렵고, (원금채는) 대형보험사들은 참여하지 않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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