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과 유럽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격차가 한 달여 만에 가장 축소됐다.

미국 경제의 차별적인 강세에 따라 그동안 벌어졌던 스프레드가 최근 좁혀진 것은 투자자들이 두 경제의 상대적인 성과를 보는 견해를 바꾸고 있다는 증거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596%로, 3월 말 최근 고점인 1.744%에서 가파르게 떨어졌다.

반면 독일 10년 분트 수익률은 -0.243%로, 3월 말 -0.381%에서 올랐다. 이로써 2월 말 기록한 최근 고점인 -0.233%에 근접했다.

국채수익률은 국채 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고용시장 개선,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에도 미 국채수익률을 내렸고, 미 국채 값은 랠리를 보였다. 통상 강한 경제 지표가 나오면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에서 자금을 빼내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오르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강력한 회복세는 이미 반영됐고,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로 여름께 유럽의 성장이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나고 진단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글로벌 외환 리서치·북미 매크로 전략 대표는 "시장은 얼마나 가격에 반영됐는지 알아내려 했고, 투자자들은 좋은 소식이 이미 많이 반영했다는 점을 알아차렸다"며 "동시에 투자자들은 전면적인 유로존 비관론에서 일상적인 비관론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독일 분트는 최근 며칠 동안 매도세에 시달렸다. 이 결과 10년물 국채수익률 격차는 3월 31일 204bp까지 벌어졌다가 이날은 184bp 미만으로 축소됐다.

핌코의 콘스탄틴 베이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여러 유럽 국가가 봉쇄돼 있었지만, 백신접종이 가속해 5월 중순에는 최고 속도에 달할 것"이라며 "유럽 경제는 여전히 대체로 닫혀있지만, 지표 강세의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망 개선, 유럽의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일부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2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에 어떤 변화의 신호를 줄지 주시하고 있다.

베이트 매니저는 "인플레이션 기대는 유로존에서도 높아졌지만, 정책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치 않다"며 "ECB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목표를 꽤 밑돌고 있어 국채수익률이 여기서 상당히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금융 여건이 현 수준에서 너무 타이트하다는 점을 의미해서라고 그는 덧붙였다.

시장 포지션, 자금 흐름 등 기술적 요인도 국채수익률 움직임을 촉진했다.

ECB는 지난 3월 역내 신용 여건 긴축을 막기 위해 매입프로그램 속도를 상당히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이 예상한 만큼 많은 채권을 사지 않았다.

씨티그룹의 데이비드 비버 퀀트 분석가는 "투자자들은 유럽 국채 선물에 많은 숏 포지션을 가지거나 유럽 국채수익률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미 국채 선물에서 포지션과는 대조적"이라고 진단했다.

비버 분석가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미 국채가 하락할 것이라는 베팅을 최근 국채수익률 고점 이후 차익을 실현했고 약 2005년 이후 가장 많았던 숏 포지션을 대거 줄였다.

그는 "미 국채에서 숏 포지션은 절반 이상 줄었다"며 "그러나 유로존 채권에는 최근 약간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확장돼 많은 숏 포지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 미국과 유로존 국채수익률 모두에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 백신이 기대만큼 효과가 없다는 어떤 징후라도 나오면 투자자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피난을 모색하게 되고, 두 시장의 국채수익률 모두 하락할 수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피터 샤프릭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전세계에는 여전히 기록적인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며 "변종이 백신에 어떻게 반응할지 분명하지 않아 여전히 의문점이며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로존 스프레드 감소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월 말 이후 두드러진 달러화 가치 하락이 이를 잘 보여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이달 들어 2.4% 내렸다. 달러는 특히 유로에 2.8%나 급락했다.

MUFG의 리 하드만 외환 전략가는 "미국의 국채수익률 상승 모멘텀이 상실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이끈 주된 동력이 사라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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