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중앙은행의 시간이 다가왔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캐나다 중앙은행(BOC)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주에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다음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통화정책의 얼개를 공개한다.

21일 통화정책을 공개한 BOC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양적완화(QE) 규모를 또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경기회복 전망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진 데 대응하기 위해서다. BOC는 지난해 10월에 QE 규모를 주당 50억 캐나다달러에서 40억 캐나다달러로 줄인 데 이어 이번에 30억달러로 추가로 축소했다. 다음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된 가이던스도 2022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ECB는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지는 않겠지만 예상보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파적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연준은 예외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어서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정 기간 목표치인 2%를 넘어서도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 파월 의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문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파스칼 블랑케는 인플레이션이 부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대규모 부채 조달을 바탕으로 버티고 있는 카드로 지은 집 같은 지금의 형국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의 가치를 줄어들게 하면서 위기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월 의장 등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연준이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에 동요하지 않는 까닭은 따로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경우에도 연준의 카드가 남아있기 있기 때문이다. 채권수익률곡선 통제(YCC),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등은 연준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유효한 카드 가운데 하나다.

두 정책 모두 미국채 장기물 수익률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OT는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국채 사들여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정책을 일컫는다. 최근처럼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급등할 때 유용한 카드다.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은 말 그대로 특정 만기의 채권 수익률을 특정 수준에서 통제하는 정책이다. 일본은행(BOJ)이 미 일본 국채를 대상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다.

파월은 미국채 수익률을 두개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충분히 일정 수준 이하에서 묶어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파월은 미국채 수익률을 묶어두는 대신 기조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 그래야 미국 전체 국내총샌산(GDP)의 20%가 넘은 엄청난 빚잔치의 출구 전략을 모색할 길도 열릴 수 있어서다.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제부터는 예금자보다는 '빚쟁이'에게 유리한 경제 상황이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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