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은행권이 조건부 상각형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부쩍 늘리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투자 수요가 다소 위축되는 모습이다. 금리인상 시점에 돌입하면서 투자자들이 기존 발행금리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발행될 코코본드를 기다리는 양상이다.

2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농협은행은 4천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5년 콜옵션과 10년 콜옵션이 각각 3천100억원과 1천400억원이다. 최대 발행 가능한 규모는 각각 4천억원과 1천억원이었는데, 적정금리에 들어온 수량에 맞춰서 발행한 결과다. 발행금리는 각각 연 2.93%와 3.29%다.

농협은행이 최대 발행규모로 정했던 5천억원보다는 작은 규모로 발행했지만, 시장에서는 잘 마무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신종자본증권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코코본드 투자심리 위축현상이 나타났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3월 말 발행한 후순위채권은 2천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4천200억원이 들어왔다. 좋은 성적이지만, 앞서 국민은행이 진행한 2천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7천200억원이 들어왔던 점과 비교하면 수요가 감소했다.

지난달 발행한 우리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도 이전보다 수요가 덜 들어왔다. 1천50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했는데 2천290억원이 들어왔다. 최대 발행규모 2천억원을 겨우 웃돌았다. 앞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각각 1조1천40억원과 7천40억원 수요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다. DGB금융지주의 1천억원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들어온 3천660억원 수요보다도 적다.

코코본드 투자심리가 감소한 이유로는 시장금리 반등이 꼽힌다. 발행자는 기존 코코본드 금리수준을, 투자자는 기존보다 높은 금리수준을 원하면서 눈높이 차이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임에도 농협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지난달 신한금융이 발행한 것보다 1bp 낮다.

은행권에서 코코본드를 잇달아 발행하면서 시장에 이미 충분한 물량이 공급됐다는 점도 이유로 언급된다. 여기에다 은행권 코코본드 발행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발행금리를 재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 신한은행은 다음달 최대 4천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오는 6월 4천억원 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IB 관계자는 "짧은 시간 안에 발행이 급격하게 많았던 점이 신종자본증권 수요 위축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수요예측 당일날 금리가 튀어 오르면서 결과가 상대적으로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은행은 이미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다. 그런데도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자본비율을 높이려는 이유는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등 대출 규제 완화정책 종료를 미리 대비하려는 성격이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를 위해 자본확충을 하려는 성격도 가진다. 은행권 실적에서 비이자이익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한광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내후년 대손비용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비이자이익 투자를 늘리다 보면 위험자산이 늘어나 그만큼 자본비율을 확보해야 한다"며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해야 그나마 투자수익을 방어할 수 있지만, 발행이 많다 보니 낮은 금리에는 안 들어가려고 하는 성향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3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