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천영삼 하나대투증권 인수ㆍ합병(M&A) 부문 이사는 원래 심리학도였다.

1991년 서울대 심리학과에 입학했지만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면서 그의 인생의 진로는 크게 바뀌었다.

회계에 뒤늦게 눈을 뜨면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을 했고 회계법인(산동회계법인)에 취직을 하면서 회계사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미시간대에서 MBA를 딴 뒤 IB(투자은행)맨으로 또 한번 변신했다.

네덜란드계 IB인 ABN암로에서 대형 M&A를 자문하면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2009년 하나대투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M&A와 관련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짧으면 짧은 기간동안 여러번 변신을 거듭한 그가 터득한 것은 "사소한 것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디테일(Detail)'을 여러번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작은 딜이다. 작은 딜에도 온 힘을 기울여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는 "아무리 작은 딜이라도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고객은 떠난다"고 말했다.

큰 딜은 누구나 열심히 하려고 하고 실제로 좋은 성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딜을 대하는 IB맨들의 태도는 천차만별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하나대투증권이야 말로 디테일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IB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하나대투증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디케이션 기능을 갖고 있는 IB다"면서 "M&A에 필요한 자금만 은행에서 도움을 받을 뿐 모든 자본의 구조화 작업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디테일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문에만 그치는 IB가 아닌 인수금융에도 적극 개입하고 참여함으로써 고객과의 유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 이사는 하나대투증권의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의 강점을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해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나대투증권 IB부문은 외환은행이 있는 을지로로 사옥을 옮겼다.

그는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리적 근접성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 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에서의 M&A는 최소 1∼2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M&A가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계 IB 등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양질의 딜을 성사시는데 주목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STX그룹이 인수한 노르웨이 아커야즈 본사>



가장 기억에 남는 M&A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노르웨이의 크루즈선 제조사인 아커야즈를 STX그룹이 인수한 것을 들었다. 그가 ABN암로에 재직할 당시의 딜이었다.

당시 아커야즈를 인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관련 승인 여부였다. STX가 경영권을 사오더라도 승인이 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로 판단하고 공개매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선인 지분 39.2%만 확보하기로 했다. 천 이사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디테일이 필요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상장 기업 지분의 40% 이상을 확보하면 나머지 전체 지분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결국 강덕수 STX 회장이 "생산기지를 절대로 옮기지 않겠다"는 말로 노르웨이의 부정적 여론을 달랬다.

이후 인수의 걸림돌이었던 EU의 승인도 떨어졌다. 나머지 지분도 공개매수를 통해 일사천리로 인수하면서 M&A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천 이사는 "2조원이 넘는 해외 상장 기업을 인수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딜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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