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9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은 사실일까.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거래소) 등록(신고)을 받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가 없다"며 "결과적으로는 등록이 안되면 거래소가 9월이 돼서 폐쇄될 수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의 파급 효과는 컸다. 공교롭게 한때 8천만원대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5천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코인 민심'이 확산됐다.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13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질세라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지난 2018년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법안을 만들겠다"고 발언한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사실과 사뭇 다르게 소화되고 있다.

우선 해당 법안은 최근 가상화폐 투기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깜짝 등장'한 법안이 아니다.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최근 가상화폐 투기 과열에 '거래소 폐쇄'라는 엄포를 놓았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른 셈이다.

거래소 폐쇄의 경우도 어디까지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면서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격 없는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가상화폐에 투자할 때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했다.

지난 달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요건을 갖춰 사업자로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정보보호 관리체계인증(ISMS)를 받고, 은행 등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확보해야 한다. 또 사업자가 신고·변경 신고가 말소되고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로서 금융관계법률 위반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는 등의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금융감독원·FIU 심사 결과 신고가 수리된 거래소는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금융위는 특금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사업자의 경우 법 시행 이후 6개월 이내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기간은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9월 24일까지다. '9월 폐쇄설'은 여기에서 나온 이야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가상화폐시장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시중에 100~200여개 사이의 거래소가 있는데, 상당수가 자격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다.

하루 만에 1천배씩 가격이 뛰기도 하는 가상화폐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 것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할 수 있었던 이야기라는 평가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은 재무제표를 보면 그 가치를 알 수 있지만, 가상자산은 그 가치에 대한 평가 수단이 없다. 주식은 누가 보유하는지 공시라도 되지만 가상자산은 그렇지도 않다"며 "금융당국이 발행이나 시세조종을 규제하는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은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사실상 새로운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셈이다.

다만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은 당일 미국 행정부의 자본이득세율 인상 추진 등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것과 공교롭게 겹쳤다. 이에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급등과 김치 프리미엄 확대 등으로 과열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에서 비난의 화살을 금융위원장에게서 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은성수 위원장이 울고 싶은, 즉 조정이 필요한 가상화폐에 뺨을 때린 격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결국 정부 스탠스는 지난 2017~2018년 당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하룻밤 사이에 몇십 퍼센트씩 떨어질 수 있는 자산에 돈을 집어넣는 것에 대해 한 번 경종을 울려주는 취지였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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