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각 시한을 올해 8월까지로 못박은 데다 높은 가격에 팔려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는 인수 후보 간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여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DH와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요기요 매각을 위한 적격후보자(숏리스트)로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를 선정했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투자자들은 예비실사를 거쳐 다음달 중순께 예정된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매각 대상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다.

요기요는 공정위가 DH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의 합병 조건으로 DHK 지분 전량을 6개월 내 매각할 것을 명령한데 따라 매물로 나왔다.

1차 매각 기한은 오는 8월 4일로 알려졌다.

매각 작업이 순항한다면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숏리스트 선정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2~3개월 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기요의 경우 독특한 매각 배경과 조건상 3개월 내 새 주인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요기요 매각은 DH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을 인수해 시장 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공정위가 합병 조건으로 DHK 지분 전량을 6개월 내 매각할 것을 명령한 데 따라 매물로 나오게 된 비자발적 매각인 셈이다.

6개월 안에 매각하지 못하면 추가로 6개월 연장이 가능하지만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가 매각 시한을 연장해줄 경우 내년 2월까지 시간을 벌게 되지만, 이후에도 매각되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시정 명령 불이행에 따라 일 단위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된다.

이행강제금은 월 400억~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DH 측은 현재 요기요 매각가로 2조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수 후보자들은 인수가로 1조원 안팎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가격 인식차가 큰 상황에서 인수 후보군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수록 인수가를 낮추는 전략을 사용하기 용이한 셈이다.

매각 시한이 다가올수록 조급해지는 건 DH 측이기 때문이다.

DH가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면 희망가 보다 낮춰 팔 가능성이 높다.

IB 업계 관계자는 "DH는 정해진 기간 내 반드시 매각해야 하므로 인수자가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 디스카운트 요인이 충분한 상황에서 원매자들이 추가 자료 요구, 실사 기간 연장 등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끈 뒤 인수가를 5천억~1조원까지 끌어내리는 작전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기요 인수 후보군이 이베이코리아 입찰에 대거 참여한 것도 매각 작업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신세계, MBK파트너스 등은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을 앞두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치열한 눈치 보기와 매각가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오는 16일 예정된 본입찰 일정이 이달 말이나 6월 초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결과가 요기요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매각 초기부터 요기요 플랫폼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시각과 가격에 대한 의문이 많았던 만큼 딜 진행 과정에서 일부 원매자 이탈 시 유효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매각자 입장에서도 급하다고 아무에게나 팔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카카오, 쿠팡 등 경쟁업체들은 예비입찰에서 배제했지만, 숏리스트에 포함된 대부분의 후보군이 사모펀드라는 점이 걸린다.

사모펀드 특성상 수년 내 국내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되팔 수도 있어서다.

이럴 경우 결국 적의 덩치를 키워주는 꼴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흥행 여부가 불투명했고, 비즈니스 구조상 수조원을 투입하기에는 리스크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요기요 매각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며, DH가 어느 수준에서 가격 절충을 하느냐에 딜 성사 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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