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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일이로되, 영화를 만드는 감독 혹은 시나리오 작가들의 재능이 정말로 놀랍다. 어쩌면 그렇게 기발한 생각을 하였을꼬... 찬탄이 절로 나온다. 하늘을 '?~' 날아다니는 <슈퍼맨>이나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스파이더맨>은 정말 절묘한 아이디어였다. 우주를 여행하는 <스타워즈>나 기억을 조작한다는 <토탈리콜>같은 영화도 좋았다. 외국영화만이 아니다. 예컨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과 왕의 역할을 잠시 바꾼다는<광해>도 얼마나 산뜻한 착상인고!

1993년에 나온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영화 역시 참으로 희한한 소재였기에 기억에 남는다. 이기심에 가득한(=못된) 방송기자인 주인공은 어느 날 봄 축제를 취재하러 간다. 취재를 대충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분명 어제로 축제가 끝났건만 마을 사람들은 축제 준비에 부산하다. 알고 보니 자신에게만 시간이 반복되는 마법에 걸린 것. 그에게는 매일 매일 똑같은 날이 되풀이된다. 자고 일어나면 또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는오늘...그 다음날도 또 똑같은 오늘...

처음에 그는 자신에게만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을 이용하여 여자 유혹하기, 돈 가방 훔치기, 축제 엉망으로 만들기 등 나쁜 짓을 일삼는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늘’에 그는 절망한다. 결국, 그는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음날이면 그는 어김없이 또 똑같은 침대에서 잠을 깨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어떨까? 끝을 이야기해버려 영화를 재미없게 만드는 ‘스포일러’는 되고 싶지 않지만 워낙 오래된 영화인지라 알려준다. 주인공은 개과천선한다! 매일같이 똑같은 날이 반복되므로 그는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 수 있다. 이 능력을 이용하여 그는 음식을 잘못 삼켜 질식하기 직전인 남자, 나무에서 떨어질 찰나의 어린이, 타이어가 펑크나 쩔쩔매는 할머니 등을 짠! 하고 나타나 도와주는 선량한 사람으로 바뀐다. 이제 ‘착한’ 사람이 되었으므로 보답을 받아야겠지? 그는 리타라는 여자의 사랑을 얻는데, 그러자 세상도 달라진다. 그리고 어느 날, 그토록 기다렸던 ‘내일’이 그의 눈앞에 펼쳐진다.

시장에서 거래하면서 우리는 종종 “다음번에는 절대로 실수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한다. 똑같은 상황에 부닥친다면 지금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게는 '똑같은' 오늘이란 없다. 마법에 걸린 영화의 주인공에게는 하루가 반복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따라서 똑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되는 경우란 결코 없다. 우리가 접하는 사건은 항상 새롭다.

결국, ‘과거의 경험’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물론이다! 어차피 똑같은 일이란 반복되지 않으므로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창의적으로 사안에 대처하라... 뭐 이런 뜻이다. 내 주장인즉슨.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앞의 글에서 내가 영화를 보면서 종종 탄복한다고 하였지만 차트를 보면서도 나는 종종 감탄한다(물론 언제나 입을 헤벌리면서 “아! 오! 거참!” 같은 감탄사만 내뱉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면 너무 바보처럼 보인다. 여하간...). 지난주에 일목균형표를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정말 신통하게도 구름이 절묘한 지지선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또 한 차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름의 하단은 1,888이었으나 코스피지수는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특히 구름은 현 시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일목균형표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듯이 구름, 즉 선행스팬1과 선행스팬2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 26일전’에 이미 만들어져있던 것이다. 그런데도 주가는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구름을 만나 지지선이나 저항선의 영향을 받으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코스피지수가 구름 하단을 하향돌파하지 않았으니 최악의 상태는 면했다. 추세가 단박 하락세로 돌아설 위기는 벗어난 셈이다. 하기야 그렇다고 하여 상승세가 당장 시작되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구름이 지지선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므로 당분간은 구름 하단을 버팀목으로 하여 코스피지수는 조금이라도 반등을 시도해보리라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구름 안으로 들어가 있을 때에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 왜 그런가 하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현실에서 당신이 구름이나 안갯속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10미터 앞이라도 보이는가?). 위쪽이건 아래쪽이건 구름을 벗어나야만 무언가 방향성이 드러난다. 그런데 구름 하단 1,888은 앞서 설명하였듯 지지선이 되고 있으므로 당장에 주가가 그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겠다. 반면 위쪽으로 구름의 상단은 1,969. -그것을 넘어서야만 추세가 또렷해지고 다시 상승세가 재개될 터.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갈 길이 멀다. 참으로 아득하다.

따라서 아래로는 막혔고, 위쪽으로는 갈 길이 아득하다면 답은 나왔다. 방향은 정해졌다. 이번 주에는 코스피지수가 구름 안에 머무를 공산이 높고, 그러기에 별다른 추세 없이 좁은 범위를 오락가락하겠다. 당장 1,946~1,950선에 걸쳐있는 기준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타 위주의 공략이 최선이겠다.

(달러-원 주간전망)

솔직히 요즘 달러-원 전망은 ‘기술적분석’이 아니다. 오히려 ‘외환당국’ 전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순수하게 차트, 즉 기술적분석으로만 판단하라면 지금의 추세는 두말할 필요 없이 하락세이다. 코스피지수는 그럭저럭 구름 하단의 지지를 얻었으나 달러-원은 그런 것도 없다. 확연하다. 오로지 한 방향이다. 환율은 구름과는 전혀 상관없이, 구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내내 추락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러니 기준선이나 전환선, 혹은 이동평균이나 RSI 등은 볼 여지도 없다.

현 시점에서 환율의 하락을 막는 유일한 요인은 ‘당국’밖에 없다. 당국이 강력하게 달러를 산다면 환율은 좀 반등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달러는 줄줄 밀릴 것이다. 당국에 달렸다. 기술적 분석이 아니라, 당국분석이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내 전공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분석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외환당국도 달러-원의 방향을 위쪽으로 돌려놓기보다는 소위 ‘미세조정’, 즉 하락속도를 제어하는 전략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그게 그나마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추세, 혹은 대세는 하락세이다. 당국이 나서면 하락세는 잠시 멈출 수 있겠고, 혹은 하락을 멈추는 정도가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환율이 위쪽으로 좀 오르는 척 ‘시늉’이라도 하겠으나 그건 그때뿐. 금세 기존의 흐름을 되찾을 것이다.

굳이 기술적분석의 냄새라도 풍긴다면 이런 분석은 가능하겠다. 1,090원이라는 수준이 약간의 ‘심리적’ 지지선이 될 수 있다. 그런데다 RSI, 스토캐스틱 등이 바닥이고 일목균형표에서 환율과 구름과의 이격 역시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 결국, 지금이라도 당장 환율이 좀 오른다고 하여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거듭 강조하는 일이로되 추세는 하락세이다. 분명하다. 당국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달러-원 환율을 보고 있을 게다. 따라서 당국에 대한 눈치 때문이건 혹은 1,090원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건 어떻든 이유를 막론하고, 달러-원이 살짝 반등이라도 한다면(그럴 가능성은 크지는 않다만) 기회를 틈타 ‘숏’ 포지션을 얹는 것이 상책으로 판단된다.

누구건 차트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결코 이 상황에서 추세를 거슬러 ‘롱’을 꿈꾸지는 못할 것이다. 환율이 1,100원을 다시 넘어서기는 어려울 터. 그 언저리에서 매도 포지션을 만들 수 있다면 나름 행복하겠다.

<김중근의 기술적분석START>1254<김중근의 기술적분석END>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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