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의 물가 급등세가 일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이는 지난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Greate Inflation)이 나타났던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고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주장했다.

당시 연준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보고 실질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켰으며 이는 지금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연준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로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26일 진단했다.

로치는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가 경기 사이클 전문가였지만 실물 경제와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평가할 만한 분석적 토대를 가지지 못했으며 이 관계가 통화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전문가인 번스 의장은 물가 추이가 경기 사이클과 마찬가지로 특이한, 혹은 외인성 변수인 '노이즈'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통화정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수준의 실수'라고 로치는 평가했다.

대인플레이션 당시 로치는 1972년부터 1979년까지 연준에서 리서치를 담당했으며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공식적인 전망과 관련한 업무를 관장했다.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미국의 유가가 4배가 올랐을 때 번스는 이 사태가 통화정책과 무관한 일이기 때문에 연준이 원유와 에너지 관련 제품을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담당자들은 이처럼 중요한 요소를 무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특히 유가와 에너지 부문은 CPI에서 11%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번스는 그러나 단호했다.

이후 식품 가격이 급등했으며 번스는 이것이 1972년 나타난 엘니뇨 현상으로 페루산 멸치가 떼죽음을 당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번스는 이것이 비료와 사료가격 급등의 원인이 됐고 이 때문에 소고기와 가금류, 돼지고기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로치는 "훌륭한 병사들처럼 우리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그의 지시를 따라 CPI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식품을 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로치는 그들이 지금은 '근원 물가'로 알려진 지표의 첫번째 버전을 막 만들어냈었다고 회고했다.

번스 의장은 만족했으며 통화정책은 더 안정적인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추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것은 번스 의장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 주기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동식 주택이나 중고차, 장난감, 심지어 보석류가 물가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고, CPI에서 16%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보유 비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CPI에서 남은 것은 35%에 불과했고 물가는 당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고 로치는 말했다.

1975년이 되자 번스는 너무 늦게 미국에 인플레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으며 일시적 요인을 엄청나게 무시하는 실수로 교훈을 얻게 됐다고 로치는 지적했다.

현재로 시간을 돌려보면 마치 '데자뷔'와 같은 섬뜩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연준은 최근 식품이나 건축 자재, 중고차, 개인 보건 제품, 석유, 자동차 임대, 가전 등의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연준이 실질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려 대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지금 연방기금(FF)금리는 물가상승률보다 2.5% 이상 낮다고 로치는 지적했다.

무기한 양적완화에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재정 부양책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로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잘 고정돼 있다며 지나치게 자신하고 있으며 이제는 '평균물가목표제'라는 새로운 복음을 설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목표치를 밑돌았던 물가를 보상하기 위해 특정 기간 목표치를 넘는 물가를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치는 자신이 거의 197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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