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매파 면모를 드러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영향이 지속한 가운데 고용시장 회복세가 멈춰 장기와 단기물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 시각)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5.2bp 하락한 1.507%를 기록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11.0bp 떨어진 2.101%를 나타냈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1.8bp 상승한 0.221%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135.6bp에서 이날 128.7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비둘기에서 매파로 전환돼 미 국채시장은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다만 연준의 정책 변화에 있어 핵심 요소로 꼽히는 고용시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회복세를 보여 빠른 긴축 전환에 대한 신중한 시각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 12일로 끝난 주간의 실업보험청구자수는 다시 40만 명대로 늘었다. 앞선 주까지 6주 연속 줄어들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0만 명 대까지 줄였지만, 시장 예상과 달리 더는 줄지 못했다. 주간으로 3만7천 명이나 늘어나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았다.

4월에 이어 5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실망감을 준 가운데, 최신 실업 지표도 6월 고용 상황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보냈다.

장기물 국채수익률은 자산 매입 유지 방침에 다시 집중하며 전일 급등분을 다시 되돌렸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이날 1.595%까지 올랐다가 1.446%까지 내리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수익률 곡선 스티프팅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예상과 다른 가격 움직임이 나오자 빠르게 포지션을 재설정하고 커버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포트 글로벌 홀딩스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파월 의장이 아닌)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해, 최소한 테이퍼링 논의에 대해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베팅이 있었는데, 연준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큰 스티프닝 익스포져를 가진 투자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뒤늦게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2년물 국채수익률은 더 올랐다. 전일 2020년 6월 16일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데 이어 이날 레벨을 좀 더 높였다. 5년과 7년물 국채수익률 상승세도 지속했다. 이에 따라 5년과 30년 스프레드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좁아졌다.

연준이 시장의 단기 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실효 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초과지급준비금리(IOER)와 역레포 금리를 동반 인상한 점도 2년물 등 단기, 중기물 국채수익률 상승에 일조했다. 연준의 이런 금리 통제 장치 조정에도 이날 연준의 역레포 창구로 7천560억 달러가 예치돼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연준 역레포 규모가 조만간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미 국채시장은 오는 2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하원 증언 등 연준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는 2023년 두 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다수가 두 번을 예상했다는 점이 '매파적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파월 의장은 점도표가 미래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는 대단한 도구가 아니라며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시장의 우려를 달랬지만, 경계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 논의도 파월 의장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만큼, 투자자들은 이제 자산 매입 축소가 언제 발표될지, 언제 본격적으로 시행될지 긴장 속에서 지켜봐야 한다. 일부 분석가들은 연준이 8월 26~28일 잭슨홀 회의 시기에 맞춰 채권 매입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는 힌트를 엿보고 있다.

DWS의 크리스티안 세르만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FOMC 회의는 매우 미묘하지만 다소 강경한 기조를 보였다"며 "6월 FOMC 회의는 자산 매입 테이퍼링과 2023년 언젠가 결국 이뤄질 금리 인상을 위해 더디고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정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FH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졸고 있거나 딴짓을 하는 연준의 테마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작동하지 않을 것이어서 가격은 자금 흐름과 펀더멘털에 더 가깝게 움직일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메리벳 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미 금리 대표는 "연준 결정에 따른 가격 충격은 5년물 움직임에서 전일 나타났다"며 "그런데도 올해 고점에서는 여전히 낮고, 10년물 국채수익률의 경우 1.48~1.68%의 레인지에서 지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캔토 피츠제럴드의 저스틴 레더러 금리 전략가는 "수익률 곡선 중간 부분의 움직임에서 나타났듯 시장은 2023년 두 번의 금리 인상에 확실히 약간은 놀란 것 같다"며 "그래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부 사라졌다는 생각에 지금 국채에 약간 더 좋은 매수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레바스 최고 채권 전략가는 "2년과 3년물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연준의 오버나이트 금리에 부분적으로 연동된다"며 "그 오버나이트 금리가 지금 다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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