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팬데믹 기간 중 인기를 끌었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 재생에너지투자가 결합한 녹색 SPAC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고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전기차, 재생에너지, 다른 지속 가능한 사업과 결합한 녹색 스팩은 1천200억 달러 이상을 끌어모았다.

수년 동안 녹색스팩은 수지가 맞았다. 스팩 리서치가 제공한 자료를 다우존스마켓데이터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인수를 완료한 녹색 스팩은 다른 종류의 스팩보다 월등히 수익이 좋았다.

합병 완료 이후 90일 동안 평균 주가 상승률은 녹색 스팩이 10%를 나타낸 반면 다른 스팩은 3% 하락을 나타냈다. 스팩의 주가는 인수합병 소식이 알려진 뒤 상승했다가 완료 뒤 약화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양상이 바뀌었다.

작년 말 이후 인수합병 공시 뒤 거래를 완료하지 않은 녹색 스팩의 공시 이후 90일 평균 주가는 24% 하락해 다른 스팩의 평균주가 9% 하락보다 낙폭이 더 컸다.







저널은 이런 현상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스팩에 투자하려는 돈은 너무 많은 데 반해 투자할 만한 회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스팩은 자금 모집 뒤 2년 내 인수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녹색분야 회사들은 대부분 야심은 크지만 매출은 거의 내지 못하는 투기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가족회사나 재단의 투자에 자문을 해온 지속가능한 투자의 전문가인 패스스톤의 최고임팩트책임자(CIO)인 에리카 카프씨는 "인센티브 구조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카프CIO는 스팩이 ESG 투자에 최선이라는 생각에도 회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ESG투자에서 회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기본인데 스팩은 투자처가 정해지기 전에 자금을 모집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는 앞서 녹색스팩 사례였던 전기차 제조사인 로즈타운모터스와 전기트럭 제조사인 니콜라에서도 드러났다.

로즈타운은 기업보고서와 관련한 문제로 2명의 임원을 이번 주 해고했다. 로즈타운 주가는 작년 10월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뒤 기록했던 최고가 대비 3분의 2가량 줄었다.

니콜라는 실적 발표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니콜라 주가 역시 작년 6월 스팩과의 합병 뒤 상장한 이후 폭락했다.

녹색스팩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노무라 그린테크의 제프 맥더모트 매니징 파트너는 녹색스팩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을 낙관의 근거로 제시했다. 과거 신기술에 투자하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멕더모트 파트너는 녹색 스팩이 에너지 혹은 자동차 산업에 배경을 둔 대형 사모펀드 매니저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녹색 스팩 회사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다"며 나쁜 투자가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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