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과연 매력적일지는 실적과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주가 횡보에 대해 반도체 산업 전반을 뚫는 통찰력으로 답했다.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 센터장은 최근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자리를 맡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장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으로 최근 관련 서적까지 출판했다.

그는 "파운드리를 산다면 TSMC, 반도체를 산다면 엔비디아, 혹은 클라우드와 관련된 업체를 사는 게 외국인 입장에선 더 나은 상황"이라며 "국내 수출도 좋고 국내 반도체 업체의 재고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해외에서 볼 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올해 4분기까지도 낸드, D램 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겠으나, 부문별 경쟁사와 비교해 삼성전자가 특별히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 축소나 파운드리와 관련한 호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종합반도체 회사인 IDM(설계도와 생산까지 직접 하는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만 전담하는 기업), 파운드리(위탁 생산업체), OSAT(후공정업체) 등에서 삼성전자가 강력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만큼 외국인 수요 부진은 불가피한 셈이다.

그는 "시스템 LSI라 하면 엔비디아, AMB, 퀄컴 등이 있고 펩리스 기준으로 애플도 반도체 회사"라며 "특히 모바일에서 가장 성능이 우수한 제품이 애플에서 나오고, 파운드리에선 TSMC 대비 (삼성전자가) 매력적인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자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흥국 경기 부진 가능성까지 제기돼 국내 반도체 업체가 거쳐야 할 '노이즈'는 적지 않다.

그는 "물가는 오르는데 가격은 못 올리면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니 이익률 저하 우려가 나오고, 물가 상승에 가격을 올릴 경우에도 판매량 저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확산에 따라 내년 1분기엔 IT 제품에 대한 수요 저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유럽 축구선수권 대회(유로 2020)를 보면 이미 '노마스크'"라며 "지금까지는 일종의 '가택연금' 상태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IT주를 샀는데 이제 백신 확산에 연말 홀리데이 시즌까지 겹치면 IT 제품에 대한 수요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논의는 올해 하반기 10월부터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매파적인 발언 강도가 거세질 수 있으나 이와 동시에 시장의 불안을 달랠 구두 발언도 함께 나올 것이라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 인프라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고 부채비율도 국가별로 너무 높다"며 "금리 인상은 필수 불가결하지만 이후 공포를 조정하는 구두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은 코스피 목표주가를 현재 3,500포인트까지 제시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실적 상향치로 보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숫자인데 문제는 이를 뚫고 넘어갈 재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장주가 좋으면 3,800포인트까지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새롭게 개편된 리서치센터에서 본인의 전공을 살릴 계획이다. 4대 성장산업(반도체, 2차 전지/그린에너지/바이오/인공지능)에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도 보강한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ESG가 가장 높은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며 "환경(E) 부문에선 제조업 기반 국가는 불리해질 것이고 사회(S) 부문에서도 중국의 경우 체제 경쟁이 강해지면서 자유와 인권 문제로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디바이스 변화를 좇아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 대해 깊이 연구해 이를 중점적으로 투자 추천을 할 수 있는 하우스가 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한국 테크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순차적으로 순환매가 일어나면서 반도체 쪽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여도 장기적 그림으로 보면 메리트는 높아질 것이고 기본적으로 산업의 구조가 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내년으로 넘어갈수록 산업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한국의 테크 주, 2차전지 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에 입사해 전략을 담당한 바 있다. 이후 카네기멜런대학교 정보시스템(IS) 석사,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경제 및 금융 석사를 취득하고 삼성SDI 전략기획팀에서 일했다. 애널리스트로서는 HMC투자증권에서 시작해 SK증권 리서치센터로 자리를 옮겨 수석연구위원, 액티브전략팀장을 지냈으며 현재 SK증권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IT 부문을 총괄하다 지난달 리서치센터장이 됐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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