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오랫동안 억제하던 장기 추세로 분류됐던 세계화, 인구변화, 전자상거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 위협 요인으로 변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웰스파고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이자 이사인 사라 하우스는 "낮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얼마만큼 일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노력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국 경제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수년간 인플레이션이 치솟거나 혹은 연준이 2%인 인플레이션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가는 세계화

지난 1970년 세계 총생산의 27%를 차지하던 국제 교역은 2008년 6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1970년 국내총생산(GDP)의 11%에서 2011년 31%로 증가했다. 국제 경쟁은 기업들이 국제 공급망을 갖추도록 강요했고 베를린 장벽 붕괴, 중국의 시장경제화 등으로 값싼 노동력의 지원을 받았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세계 경제의 노동력은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은 수혜를 누렸다. 1990년에서 2019년 동안 미국의 근원 상품가격은 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내수로만 충당되는 근원 서비스 가격은 147% 올랐다.

바클레이스의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블레리나 우루치는 둘 사이의 간격을 수입품 증가가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디스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을 수입했다"고 말했다.

이런 세계화의 수혜가 사라지고 있다.

도이치은행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후퍼는 "세계화의 이점이 다양한 측면에서 대부분 지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반 세계화를 향한 움직임과 증가하는 보호무역주의가 그것이다"고 말했다.

피터슨 연구소의 채드 보운에 따르면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의 대중관세는 19%를 초과했는데 이전 관세의 여섯배를 넘는 수준이다.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세탁기 가격은 연간 5.8% 하락했는데 지난 2018년 1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그 해 상반기에만 12% 올랐다. 이듬해 세탁기 가격은 내렸지만 여전히 2013년 수준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데이비드 와인스타인 경제학자는 일반적으로 세계화가 기업에 가격 하락압력을 가했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이나 반도체 등 필수품의 원거리 공급망이 취약점을 노출했고 경쟁 감소와 비용 인상을 부르는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발했다는 이야기다.







◇ 희소해지는 인구

미국과 중국 등 많은 선진국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인구압착에 봉착했다.

한 나라의 인구에서 노동가능인구가 많을수록 소비보다 생산이 많기 때문에 저축이 증가한다. 이런 소비에 대한 제약은 가격에 하락압력을 가한다. 아이와 은퇴자와 같은 부양가족은 반대의 효과를 지닌다. 이들은 생산보다 소비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토킹 헤즈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설립자인 마노지 프라드한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노동가능인구보다 부양자 인구가 훨씬 빨리 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피터 베레진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미국 가계 부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서 불균형적인 지출여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레진은 "만약 소비만 하고 생산하지 않는 집단이 있다면 생산보다 상대적으로 소비가 증가할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 자극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30년 사이 미국의 노동가능인구 증가율은 0.2%로 둔화가 예상되는데 앞서 10년 동안은 0.6%였고 다시 이보다 10년 앞서는 1.1%였다. 베레진 전략가는 팬데믹으로 150만 명이 은퇴했다고 말했다.

핀란드 은행의 미카엘 주셀리우스 이코노미스트와 국제결제은행의 엘로드 타카츠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생애주기 장기화는 초기에는 인플레이션 저하를 자극한다. 은퇴에 대비해 저축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동인구 대비 부양인구증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한다.

많은 경제학자가 일본의 예를 들어 고령화는 디플레이션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주셀리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은퇴자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가 출생률 저하로 지워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무르익는 전자상거래

미국 내 소매판매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14%인데 2005년과 비교하면 다섯 배 증가했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가격 투명성, 배달속도 향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기업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가져왔다. 이른바 '아마존 효과'다. 지난 2017년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가격 경쟁이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을 0.1%포인트 절감했다고 발견했다.

웰스파고의 하우스 이사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서비스 업종에서도 디플레이션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반대로 되는 신호가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우버와 리프트는 요금을 인상했다. 우버의 최고 경영자인 다라 코스로샤히는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요금을 27% 인상했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베레진 전략가는 소매업 마진이 하락하지 않았다면서 전자상거래 증가가 세계를 좀 더 경쟁력 있게 만들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알베르토 카발로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과 2016년 자료를 이용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이 전통 소매점보다 많이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마존과 경쟁하는 대형 소매업장에서는 가격 변동이 잦았는데 이는 공급망 붕괴가 소비자에게 좀 더 빨리 전가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트의 테일러 슈라이너 이사는 지난 2014년부터 18개 부류의 온라인 가격을 추적하는 자사의 디지털 이코노미 인덱스를 인용해 온라인 상품 가격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연간 평균 4% 하락했다고 밝혔다.

팬데믹은 이런 흐름을 중단시켰는데 작년 3월 이후 온라인 가격은 2% 올랐다. 팬데믹 발발 이후 스포츠 용품, 가구 등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컴퓨터 가격은 1.2%, 전자제품 가격은 1.8% 내렸는데 이들 품목의 2015년에서 2019년 하락폭은 평균 9%였다.

이는 일시적인 공급망 교란의 영향일 수 있지만 슈라이너 이사는 공급망 붕괴 완화 이후에도 디플레이션 추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신호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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