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지역과 미국의 경기회복 격차 연구한 결과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한국은행이 팬데믹 발 경제위기 극복은 재정정책 강도와 백신접종 속도 등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작년 미국과 유로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비슷한 시기에 발발했지만, 미국의 재정정책 강도가 훨씬 강력했고 백신접종 속도가 빨랐던 점 등이 미국경제가 더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18일 '해외경제포커스'에서 팬데믹 이후 유로지역과 미국의 경기회복 격차 발생 원인 및 전망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러한 시사점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로지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작년 상반기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두 경제의 실물경기 위축 정도와 회복 양상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2019년 말(100)을 기준으로 99.1%까지 도달했다. 반면 유로지역은 94.9%로 상당 폭을 하회했다.
 

 


<실질 GDP 경로와 소매판매 추이 등>



한은은 경기회복 격차 원인을 ▲재정정책 규모 차이와 ▲백신접종 지연, ▲대외의존적 산업구조, ▲역내 교역·이동 제한 강화 등으로 분석했다.

유로지역의 재정부양책은 그 규모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지역은 회원국별로 재정 상황이 상이하다. EU 경제회복기금을 통한 지원방식과 기금 규모 등에 대한 이견이 신속한 정책 대응을 제약했다.

지난 2020년중 유로지역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부양책 규모는 4.1%~11.0%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16.7%)과 비교해 크게 낮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추정한 부양책의 성장기여도는 2.2%포인트로, 미국의 의회예산국이 추정한 성장기여도 4.7%포인트 대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로지역 백신 접종률은 공급 지연 등으로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백신 승인이 늦고 접종 의향이 낮은 점 등이 유로지역의 접종률이 저조한 이유로 꼽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및 얀센 백신이 접종에 따른 혈전생성 부작용으로 인해 유로지역 대다수 국가에서 접종은 일시 중단을 겪기도 했다.

수출과 여행산업 등 대외의존적인 산업구조도 유로지역의 경제적 손실이 미국에 비해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GDP 대비 상품수출 비중을 보면 유로지역은 19.7%로, 미국(7.7%)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GDP 대비 관광업 비중이 미국(2.7%)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유로지역 내에서도 관광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지난해 경제성장률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해외여행객 유입은 유로지역 전체 여행객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전년 대비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지역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등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확산방지 조치를 더 오래 시행한 점도 경제활동에 부담을 가했다.

다만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유로지역은 재정정책 확대 및 백신접종 가속화 등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분기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고, 내년도 성장률은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EU의 경제회복기금은 올해 하반기부터 집행되어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유로지역은 기금 내 보조금의 40%가 올해와 내년 중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GDP의 1.2%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22년중 지출 규모가 올해와 비교해 대폭 축소되면서 재정정책의 성장효과가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지역 내 백신공급 상황도 4월 접종속도가 전월 대비 상당히 빨라졌고, 5월 이후에는 미국보다 빠른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한은은 팬데믹이 유례없는 심각한 경기 위축을 초래하면서 유로지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를 확대한 것은 물론 두 지역 경제 간 잠재 GDP 괴리도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유로지역과 미국의 신속한 확장적인 대응은 잠재 GDP의 추가적인 손실을 방지하는 데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향후 유로지역은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미국과 잠재 GDP 괴리를 점차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지역의 성장 확대는 중국 아세안 등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이들 국가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수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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