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년 전과 비교할 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부채 위기는 전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넥스트 그리스'로 본격적으로 부상했고 정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진 모양새다.

그 와중에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다. 그는 '슈퍼마리오'로서 독일의 반대에 맞서면서 부양책을 잇따라 내놨다. 이제 위기 해결의 열쇠와 책임은 드라기 총재가 주장하는대로 ECB가 아니라 회원국 정부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취임 후 1년도 안 돼 기준금리를 세 차례 75bp나 내렸고 3년짜리 장기 대출(LTRO)을 통해 1조유로(약 1천400조원)가 넘는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투입했다. 최근에는 회원국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이른바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독일 중앙은행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ECB 부양책에 반대하며 드라기 총재와 반목을 일삼았다. 드라기 총재는 독일 의회를 방문하는 등 정치적으로 영리하게 대처하며 부양책을 관철했다.

역내 정부들이 총체적인 위기 해결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만큼이라도 유로화와 역내 금리를 안정시킨 것은 드라기 총재의 공이 크다는 진단이 그래서 나온다. 드라기 총재는 미국에서 수학하고 나서 세계은행(WB) 등 공적 기관과 민간 은행인 골드만삭스를 두루 거치면서 금융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ECB가 유로존의 구세주가 될 수는 없다. 유로존 부채 위기의 해결은 회원국 정부들이 재정을 바로잡고 구조적 개혁을 추진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ECB는 오는 8일 정례 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ECB는 최근에 부양책을 내놓은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보고자 현행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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