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미국 채권시장은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 2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1.208%로 전장보다 약간 올랐으나 여전히 지난주 금요일 기록한 1.3%와 올해 3월 기록한 고점 1.749%보다는 낮은 상태다. 채권 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연초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대규모 정부 지출로 인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금리가 빠르게 올랐으나,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일시적인 물가 상승세에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장이 신뢰하기 시작했고, 5월 실망스러운 고용 보고서는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더구나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은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크게 훼손시켰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5.4% 올라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에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단기 금리의 상승을 시사해 국채금리를 위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이러한 높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기저효과와 경제 재개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으로 빚어진 일시적 효과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이같이 높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너무 빠르게 긴축에 나설 경우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장기 금리를 끌어내렸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소비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가계 지출을 축소해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하락했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여주는 10년 만기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EI)은 지난 월요일 2.24%로 지난 5월에 기록한 2.54%보다 낮아졌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금리 전략 헤드는 금리 하락의 한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건강하고 과열된 경제의 증거가 아닌 소비에 대한 세금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경기 전망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보다는 외국 중앙은행이나 연기금과 같은 수요 등으로 금리가 하락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금리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위험자산인 주식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채 금리도 신저점을 경신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는 유지됐다.

금리의 하락은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낮춰 더 위험한 자산을 매입할 유인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많은 투자자는 10년물 금리를 가치주를 매입하기 위한 할인율로 사용한다. 금리가 낮을수록 미래 기업들의 수익이 현재 기준으로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채권 가격의 상승이 경제의 펀데먼털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국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스터위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존 시한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은 여전히 금리가 더 올라도 벤치마크 지수 이상으로는 타격을 받지 않도록 포지셔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대략 5%에서 3% 수준으로 완화되더라도 (현재의 금리 수준인) 1.18%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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