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변동성이 대폭 커진 장기금리에 외국인이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가격 부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기 국채선물(LKTB)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추세적인 매매에 나서면 10영업일까지 매수세가 출현한 사례도 있어, 시장참가자들의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22일 연합인포맥스의 국채선물 현재가(화면번호 3600)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8분 현재 외국인은 10년 만기 국채선물(LKTB)을 1천351계약 순매수했다. 장 마감까지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면 4거래일 연속으로 매수 포지션을 늘리게 된다.

외국인은 지난 5월21일부터 27일까지 5거래일간 LKTB를 순매수한 적이 있다. 이게 올해 들어 가장 기간이 긴 매수세다. 4거래일 연속 순매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올해 들어서는 한 번에 크게 휘몰아칠 때는 있어도 꾸준히 같은 모습만 보여주진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긴 호흡으로 살펴보면 외국인이 금리인상 우려 속에서도 장기물에 단타성 롱(매수) 베팅을 확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내 선물사들의 추정치를 종합해보면, 전일 기준으로 외국인의 LKTB 누적 순매수는 6만7천계약대로 집계된다. 이달 중순에 7만계약을 넘기며 최고치로 올라섰다가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점으로 차익실현이 나타났다. 최근 연중 고점으로 재차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채권 강세가 되면서 외국인들이 이를 반영한다는 시각들이 나온다. 매크로 헤지펀드인 CTA 펀드 등이 숏커버성 매수에 나선다는 추측들도 있다. 이들이 장기물 가격 부담에 상관없이 매수세를 추가하면서 LKTB는 하루에 반빅(50틱)도 쉽게 움직이는 변동성에 노출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외국인이 한 방향으로 꾸준히 민다면 국내 시장참가자들도 장기물 금리 저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에서 보면 외국인은 지난해 8월에 최장 10거래일 동안 총 2만5천250계약의 LKTB를 순매수하기도 했다.

선물사 관계자는 "과거 추세로 보면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는 10만계약대에서 방향이 크게 바뀌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좀 더 순매수를 쌓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이 시장을 밀어도 그대로 따라가진 않겠지만, 정책이나 코로나 불확실성으로 호가가 많이 나오지 않을 때 흔들릴 수는 있다"며 "변동성이 커져서 국내 기관들의 수급이 같이 꼬일 때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이 먼저 순매수를 많이 쌓은 상황에서 대형 이벤트로 금리가 급락해 맞아떨어져 버리면, 이후 행보에 더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어느 쪽으로든 상황은 예의주시해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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