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일반 공모주 청약에 역대급 예고…'빚투' 데자뷔

연말까지 IPO 대어 줄줄이 대기…가계부채 증가폭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예원 기자 =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공모주의 일반청약이 대거 몰리는 '슈퍼위크'가 막이 오르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한 달간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올해 상반기 가계부채가 폭증했던 데자뷔를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 공모주 청약 때마다 증거금 수요로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가계부채 통계가 왜곡되는 것은 물론 작은 충격에도 가계 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은 이날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지난 22일 수요예측에서 2천585조원 규모의 뭉칫돈을 끌어모으며 국내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사상 최대 주문기록을 갈아치운 만큼 일반청약에서도 기관 수요예측의 뜨거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최고 청약 증거금 기록은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80조9천17억원이다.

29~30일에는 숙취해소음료 컨디션으로 유명한 바이오헬스기업 HK이노엔이 일반 청약을 받는다. 바로 다음주에는 공모 규모가 최대 4조원대에 이르는 게임업체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윈티드랩, 엠로, 플래티어, 한컴라이프케어, 롯데렌탈, 일진하이솔루스 등 다른 대어가 줄줄이 등장한다.

업계에선 국내 공모주 일반청약 증거금 신기록이 또다시 경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과 달리 일반청약은 희망 주문금액의 절반을 증거금으로 내야 하므로 대규모 머니무브(자금이동)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지 않는 공모주 청약 열기로 역대급 증거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 SKIET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는 개인이 증거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폭으로 불어났던 현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25조4천억원 늘어 역대 월별 가계대출 증가액 기준으로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 SKIET 공모주 청약 기간(4월 28~29일) 이틀 동안에만 기타대출 약 15조원이 증가했다.

물론 청약증거금이 환불된 다음달 3일에 약 8조원 정도가 줄었으나,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흐름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가계부채관리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138조9천596억원이다. 전월과 비교해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본격적인 청약이 개시되는 오는 26~27일에는 여기에 반영되지 않은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세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카뱅 등 공모주 청약 대출이 7월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되면 또다시 폭증하게 될 것"이라며 "증거금이 빨리 환급되기만을 바랄 뿐으로 업권에서는 월말 IPO를 금지해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IPO 대어가 나타날 때마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서 주요한 변수로 작용해 왔다.

지난해 6월 IPO 신호탄을 쏜 SK바이오팜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는 30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렸고, 다음 달인 7월에는 5대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4조원 넘게 늘어났다. 그중 신용대출 증가액이 2조6천억원이었다.

같은 해 하반기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공모주 청약에도 약 58조원 안팎의 증거금이 몰렸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IPO 청약을 앞둔 8월에는 소위 영끌족 수요와 겹치면서 신용대출만 4조원 넘게 늘었다.

정부는 올 상반기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자 기준금리 인상, 각종 규제 강화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으나 그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자금 일부가 환입되면 가계부채는 일시적으로 줄어들겠지만, 이른바 빚투나 영끌 투자가 지속되는 한 통계에 변수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4분기 카카오페이 IPO까지 예정돼 있어 한동안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에 복병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