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위험선호 현상의 귀환으로 약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성장률(GDP)이 예상치를 큰 폭을 밑돌면서 달러 인덱스는 한 달여 만에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고수한 것으로 풀이됐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09.454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9.866엔보다 0.412엔(0.38%) 하락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18879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8476달러보다 0.00403달러(0.34%) 상승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0.11엔을 기록, 전장 130.18엔보다 0.07엔(0.05%)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39% 하락한 91.894를 기록했다.

달러화가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약 한달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밀렸다. 연준이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존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상당기간 이어가는 등 비둘기파적인 기조를 재확인하면서다. 연준은 FOMC 성명서에 미국 국채 등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지만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이를 생각할 시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시장을 다독였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분수령으로 한 달 여간 이어왔던 달러화 강세 기조는 약세로 급반전했다.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다.

중국 당국도 투자자 달래기에 나서면서 불안감을 누그러뜨렸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팡싱하이(方星海) 부주석(차관급)은 전날 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등과 온라인으로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향후 신규 정책을 도입하기 전에 시장 충격을 검토하고, 시장이 이를 소화할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소식에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술기업이 상장된 홍콩증권거래소의 항셍지수가 3.30% 급등한 26,315.32로 거래를 마치는 등 불안감이 빠르게 해소됐다.

중국 역외 위안화도 전날 종가 수준인 6.48위안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6.45 위안 언저리에서 호가가 나오는 등 강세를 보였다.

예상치를 밑돈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계절 조정 기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6.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8.4% 증가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의 경제규모를 가진 독일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유로화를 지지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7월 CPI 예비치가 전월보다 0.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0.5% 상승을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 6월에 0.4% 상승한 것에 비해 상승폭이 확대됐다.

오안다의 수석 분석가인 에드워드 모야는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의 우위가 끝나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경제가 고용시장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게 지체되는 데 따라 연준은 당분간 테이퍼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연준 발표 이후 미국채 수익률이 추가로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실질 수익률이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됐다.

모야는 "위험선호 현상이 자리를 잡으면서 수익률 곡선이 서서히 가팔라지는 게 계속된다며 향후 몇 주 내에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리스의 글로벌 외환 헤드인 브래드 벡텔은 시장은 전날 연준의 발표를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것으로 여겼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 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 IPO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중국 관계자들의 유화적인 발언과 그들이 시작한 규제 단속이 합쳐지면서 어젯밤에 작은 랠리가 펼쳐졌다"고 지적했다.

모넥스의 선임 외환분석가인 사이몬 하비는 "위험 관련 환경이 안정되고 시장이 파월의장의 비둘기파적 수사를 받아들인 데 따라 오늘 달러화는 이미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2분기 GDP가 예상치를 2%포인트 가까이 빗나간 것은 이 상황을 완화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UBP의 외환 전략 헤드인 피터 킨슬라는 "하룻밤 사이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사람들이 달러 매수 포지션에서 차익을 실현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은 2023년부터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데 따라 연말께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파월의장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말했다"면서 "금리인상 또는 테이퍼링 시기에 대한 새로운 암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 이는 향후 2-3개월 동안 고용지표가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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