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최근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거나 장중 포지션을 여러 차례 바꾸는 모습이 빈번해졌다.

글로벌 채권 금리가 안정화한 가운데 국내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이 한 방향에 베팅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600)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 포지션을 장중 8차례 전환했다.

같은 날 10년 국채선물도 뚜렷한 방향성 없이 10여 차례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갔다.

지난달 27~29일엔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을 순매수했지만 가격은 사흘 내내 전일 대비 하락해 마감했다.

해당 기간 중 28일엔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을 1만4천880계약 대량 매수했지만 종가는 하루 전보다 8틱, 장중 고점 대비 23틱 낮은 수준에 그쳤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외국인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거나 국채선물 가격과 반대로 가기도 하고 방향이 같더라도 가격 변동 폭이 다소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으로는 최근 해외 채권 금리 안정세와 국내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이 지목됐다.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기조에서 국채선물을 사들이고 반대로 예상되면 매도하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방향성을 끌고 가지만 최근 이러한 동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1.2%대에 머물러 있다.

국내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의 지배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외국인의 단타 성격으로 추정되는 매매도 포착된다.

시장이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외국인이 당국자 코멘트의 미묘한 뉘앙스 변화까지는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앞서 한국은행 총재의 언급이 금융통화위윈회 회의 이후 재해석되면서 가격 방향이 하루 만에 뒤집히거나 정부 관계자들의 코멘트에 따라 장중 변동성이 확대한 바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져 집행자금이 많아진 만큼 국내 기관의 가격 결정력도 과거보다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는 국채선물시장에서 주로 헤지성 거래나 차익거래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격 결정력이 외국인에 비해 약하다.

또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투자 주체가 다양한데 투자 대행해 들어오는 곳은 국내 기관으로 집계되는 영향도 일부 있다고 전해진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추세적인지 일시적인지 판단하기는 일러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시장 가격과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세계적으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꺾이면서 외국인 포지션도 꼬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을 많이 샀음에도 쭉 밀리는 날이 자주 나타났다"며 "고점에서 사들이고 저점에서 파는 등 올해 특히 외국인이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만큼 장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 장이 아닌 정책 변수 장이다 보니 외국인이 느끼는 부분들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번역된 기사 혹은 보고서 등에 의존한다면 당국자의 코멘트에 순간 싸늘해지는 느낌 등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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