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올해 상반기에만 가계부채가 63조원 이상 늘어난 가운데 실수요 관련 대출이 이를 떠받치면서 금융당국이 난감한 모양새다. 가계부채 줄이기에 심혈을 쏟고 있지만, 실수요에 손을 대기 어렵기 때문이다.

4일 금융위원회·한국은행의 6월중 가계대출·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은행권에서 이뤄진 가계대출은 41조6천억원 늘어났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63조원의 2/3를 은행권이 차지한 셈이다.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론 등이 포함된 주택담보대출은 상반기 30조4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반기 은행권에서 취급한 전세자금대출 증가분(15조7천억원)과 정책모기지론 순증액(7조원)을 합하면 22조7천억원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실수요 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전셋값 상승세로 올해 들어 매월 2~3조원씩 꾸준히 늘어왔다. 이런 흐름에 지난달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18조원을 돌파했다.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적격대출 등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한 정책모기지론의 순증액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정책모기지론의 순증액은 7조원으로, 지난해 상·하반기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영향 등을 제외한 순증액이 2조9천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커졌다. 정책모기지론은 올해 1월 이후 매달 1조원대 안팎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특히 정책모기지론의 경우 올해 상반기 들어 상환 속도가 전년보다 다소 줄어들면서 순증액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공급액은 18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6조5천억원)보다 커졌으나, 상환액은 11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3조6천억원)보다 줄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인 보금자리 대출을 굳이 갈아탈 유인이 적어졌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집값 상승 등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등을 이용한 이사 자체가 적어진 영향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에 실수요 대출이 미치고 있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정책금융과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 위주로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상황은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나가는 부분들이 예를 들어 13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9억원 대출을 내는 사례처럼 과도한 대출을 많이 일으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은행권이 소위 '손 안 대고 코 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SGI보증보험 등을 통해 보증을 받는 대출로, 은행으로서는 리스크를 적게 지면서 이자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책모기지론도 은행권이 판매수수료와 채권 양수 전까지 채권관리수수료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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