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로존 성장률·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는 유지했으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는 완화했다.

ECB는 9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는 0.0%,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한계 대출금리도 0.25%로 유지했다.

ECB는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예상 범위보다 훨씬 앞서 2%에 도달하고, 남은 기간 지속해서 2%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을 볼 때까지 주요 금리를 현 수준이나 혹은 그보다 낮은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7월 초 새롭게 도입한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따라 금리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7월 회의에서 위와 같이 수정한 바 있다.

ECB는 "기저 인플레이션의 진전이 중기적으로 2%로 안정된 수준으로 충분히 진전되었다고 판단한다"라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약간 상회하는 일시적 기간을 시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전체 규모를 1조8천500억 유로로 유지했으며 매입 시기도 "최소 2022년 3월까지", 즉 코로나 위기 단계가 끝났다고 판단될 때까지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PEPP 매입 속도는 "이전 두 개 분기에서보다 적당히 더 느린 속도로(Moderately Lower Pace) 순자산 매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우호적인 금융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ECB는 향후 PEPP 매입 속도는 "올해 첫 몇 달보다 상당히 높은 속도로 (significantly higher pace)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CB는 자금 조달 환경의 긴축을 막기 위해 채권 매입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필요할 경우 한도를 재보정할 수 있지만, 현 한도가 모두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ECB는 기존의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한 채권 매입은 매월 200억 유로로 유지하고,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ECB는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의 목표로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도구를 적절하게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며 PEPP의 매입 속도를 늦춘 것은 "테이퍼링이 아니라 PEPP를 재조정한 것"이라며 "PEPP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12월 회의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경제는 분명히 회복하고 있으나, 회복 속도는 팬데믹의 경로와 백신 접종 진행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승은 대체로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근원 물가 상승 압력은 점진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증가한다는 것은 팬데믹 영향이 덜 심각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델타 변종의 세계적 확산은 경제의 완전한 재개방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이날 2021년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0%로 수정했다. 이는 6월 내놓은 4.6%에서 0.4%포인트 높인 것이다.

2022년 성장률은 기존 4.7%에서 4.6%로 조정했으며, 2023년에는 성장률이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은 올해는 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 지난 6월 전망한 1.9%에서 0.3%포인트 높였다.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1.7%로 둔화한 후 2023년에는 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와 내년 각각 1.3%, 1.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3년에는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모두 이전보다 상향 조정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새로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약간 상향 조정됐지만,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2% 목표치를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엘가 바치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ECB가 자산 매입 속도를 늦춘 것은 "테이퍼링이 아니다"라며 이는 현재 자금 조달 여건이 더 용이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운영상의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ECB가 앞서 새로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도입해 더 오래 더 완화적 기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만큼 ECB의 자산매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프린스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ECB가 이날 결정에 대해 테이퍼링이라고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테이퍼링을 향한 "의미있는 첫 행보"라고 평가했다.

ECB의 매입 규모는 그대로 유지됐으며, 매입 속도가 조정된 데 그쳐 아직 테이퍼링이고 말할 수는 없다.

샤 전략가는 "이같은 조정은 특정 매입 속도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에 따른 잠재적 금융환경 긴축 상황을 앞두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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