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현재 진행 중인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연기금풀 주간운용사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한투신은 대신 민간 외부위탁관리(OCIO) 시장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는 분위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신은 지난 7일 마감된 연기금풀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에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 8년간 맡아왔던 연기금풀 주간사 자리를 올해 초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넘겨준 한투신은 일단 공적 연기금풀의 주간 운용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연기금풀 입찰에는 기존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KB자산운용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풀 주간사 자리는 대형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일종의 자존심 문제로 여겨진다. 수수료 수익이 월등하진 않지만,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연기금풀의 자금을 개별운용사에 배분하고 평가하는 역할인 만큼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리딩 매니저'라는 인식이 뒤따른다. 그런 이유로 한투신도 올해 초 주간사 재선정 때 사활을 걸었고 미래에셋운용도 여섯 번째 도전 만에 겨우 자리를 따냈다.

한투신으로선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8년간 맡아왔던 만큼 연기금풀 주간사 지위가 남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당초 삼성자산운용이 혼자 맡고 있던 연기금풀 주간사 자리를 처음으로 같이 운용하게 되면서 한투신도 앞서가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연기금풀 수탁고 총 36조 가운데 10조원 가까운 자금을 운용하며 얻는 경험은 다른 OCIO 사업을 진행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주간사 자리를 내주면서 사업부 축소가 불가피해졌고 연기금풀 주간사 자리에 재도전할 동력도 약해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투신은 올해 4월 연기금풀 계약이 만료된 후 투자컨설팅본부 체제로 있던 OCIO 사업 부문을 투자솔루션총괄 체제로 전환하고 그 아래 민간투자풀운영본부와 투자풀솔루션본부를 두는 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투자풀솔루션본부는 기존 2본부 5팀 체제에서 1본부 4팀 체제로 조직을 줄였다. 연기금풀 주간사를 맡던 당시 운용하던 자금을 미래에셋으로 넘어간 만큼 조직 축소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게다가 인력 이탈이라는 겹악재도 있었다. OCIO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경험 많은 한투신의 인력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고 일부 인력이 경쟁사로 빠져나가면서 한투신의 고민은 더 깊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운용이 맡은 연기금풀 수탁고는 27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이를 관리할 인력풀도 필수적이다. 인력 이탈이 이어지는 한투신으로선 연기금풀 주간사 재도전을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한투신 관계자는 "OCIO 팀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했고 그에 따라 연기금풀 주간운용사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투신은 현재 민간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 자리는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재단, 민간 기금, 대학 기금 등 민간 OCIO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정부 산하 주요 기금이 연기금풀뿐만 아니라 민간 운용사에 OCIO 형식으로 위탁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민간 기금의 위탁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자산운용사들의 OCIO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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