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이 12일 사장직에 오르며 현대중공업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약 4년만의 승진이다.

그룹 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 온 정기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그룹내 신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선 사장은 최근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 경영 가속화, 사업 시너지 창출 등 그룹의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데에 역량을 발휘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1982년생인 정기선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ROTC 43기로 병역을 마친 뒤,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7개월 만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포드대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부 부장으로 복귀해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 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신사업 주도하는 정기선, 경영 역량 입증할까

정 신임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지원 실장과 미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지난 3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미래위원회는 그룹 내 인공지능(AI), 수소, 바이오 등의 신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경영지원실은 신사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곳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먹거리 전반을 책임지는 부서다.

정기선 신임사장이 그룹 내 신사업과 혁신 성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은 다가올 탄소중립 시대의 연착륙을 위해 기존 사업의 체질 전환을 비롯해 신사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육·해상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수소 드림 2030'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 신임 사장은 지난 9월 '한국판 수소위원회' 출범에도 앞장서며 수소 사업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특히, 친환경 선박 개조·보수 등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 신임사장의 지휘 아래 탄생한 곳이다.

정 신임 사장의 조력자이자 경영 스승으로 평가받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지난 2018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에 대해 "정 부사장이 선박 AS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만든 회사인 만큼 정 부사장이 책임지고 경영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내년 하반기까지 소형 선박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해 기존 화석연료 선박들을 수소연료 선박으로 대체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연이은 계열사 IPO, 승계 실탄 확보 나선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9조원에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2011년과 2017년 2차례 IPO가 무산됐던 현대오일뱅크도 내년 상장을 목표로 재도전에 나섰다.

이 밖에도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로보틱스 등도 연이어 상장이 예상된다.

신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정기선 신임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현재 정기선 신임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현대중공업지주 5.1%에 그친다.

한국조선해양이 100% 지배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가 74.1%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등이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정기선 신임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돼 승계 과정에서의 자금 확보가 수월해진다.

더욱이 IPO로 확보한 자금은 현대중공업그룹 미래 먹거리 개발에 투자되기에, 신사업을 총괄하는 정기선 신임 사장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 4인 체제로 책임경영 뒷받침

1982년생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인 정기선 신임 사장은 그룹 내 신사업을 주도하며 중책을 맡아 왔으나, 총수로 자리잡을 때까지 노련한 전문경영인의 지원사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4명에 대한 부회장 승진을 발표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4명은 모두 1957~1958년생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오랜 기간 실무를 경험하며 산전수전을 겪은 전문경영인이다.

가 신임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런던지사장, 선박해양 사업대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을 거치며 현재 조선 3사의 주요 현안을 조율하고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다양한 기획·집행을 맡아왔다.

한 신임 부회장 조선사업부에서 설계, 생산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고 최근 현대중공업 IPO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강 부회장은 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며 최근 유가하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현대오일뱅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신임 부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기술본부 사장,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두산인프라코어를 두산그룹 내 주력계열사로 성장시켰다는 평이다.

정기선 신임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이에 따라 조선사업 대표인 이상균 사장과 현대중공업의 공동대표를 맡아 한영석 현대중공업 신임 부회장과 함께 조선 부문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안광헌 현대중공업 부사장, 이기동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사장,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부사장 등 4명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등 3개 핵심 사업부문에 부회장을 선임함으로써 부문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각 사업부문별 친환경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장 인사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jhpark6@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