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국고채 금리가 지속해서 급등하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올해 발행을 피하고 내년으로 자금조달을 미루는 분위기다.

1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전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875%로 마감돼,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2.170%와 2.400%를 찍었다.

한국은행의 매파적인 스탠스와 미국 테이퍼링 임박, 중국 헝다그룹 부도에 따른 불확실성 등 국내외 불안한 요소들이 맞물리며 국고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와 연동돼 결정되기에, 기업들의 고민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치솟는 국고채 금리에 '북클로징' 빨라지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는 '북클로징'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위험 자산인 국고채 대비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의미하는 신용 스프레드는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에도 채권에 대한 적극적인 매매가 감소하며 확대폭이 다소 제한됐지만, 약세는 지속되는 분위기다.

회사채 'AA-'등급 3년물과 동일 만기 국고채 간 신용 스프레드는 전일 46.4p까지 확대되면서, 지난 9월 초에 나타난 43p에 비해 3.4p가량 벌어졌다.

약세장이 지속되자 크레디트 채권에 대한 매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급등과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인해 가격 매력이 높아진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다"라면서도 "평가손실과 함께 연말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맞서 어느 누구도 섣불리 신규 자금집행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 평가 손실이 확대된 상태에서 기존 보유 채권에 대한 교체 매매를 통한 적극적인 크레디트 채권 매수가 쉽지 않다"며 "특히 운용사의 경우, 7월 이후 크레디트 채권 순매수가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유있는 기업들은 내년으로 발행 순연

북클로징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내년으로 회사채 발행을 미루고 있다.

한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이른 북클로징이 예상됨에 따라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을 목적으로 발행을 시도하려 했던 기업들이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DCM 관계자도 "여유 자금이 있는 발행기업 같은 경우, 올해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미매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다만, 10월 이후 회사채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이번 달이 회사채 발행물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측면에서 수요는 괜찮을 것이다"며 "내달 금리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시장도 마무리 수순…올해 마지막 발행 물량 이어져

이른 '북클로징'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연내 막바지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에는 신용등급 'A'인 디티알오토모티브를 시작으로 KCC(AA-), 현대일렉트릭(A-), ADT캡스(A), 풀무원식품(A-) 등이 수요예측을 마무리했다.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모집물량 500억원인 3년 단일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에 1천100억원의 주문을 들어와 근래 가장 큰 흥행을 거뒀다.

가산금리는 -124bp로 좋은 조건에 결정됐다.

다만, 신용등급을 막론하고 오버부킹을 나타내던 올해 상반기 시장과는 다르게 이번 달 수요예측에서는 미매각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디티알오토모티브는 좋지 않은 시장 상황과 더불어 등급전망 '부정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천500억원 모집에 108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는 데 그쳤다.

풀무원식품도 모집금액 500억원인 5년 단일물에 180억의 수요만 확보했다.

이번 주는 'A+' 인천석유화학을 시작으로 'AAA'급에서 'A-' 기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의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HK이노엔(A-), 현대제철(AA), SK텔레콤(AAA), 동원시스템즈(A+), 국도화학(A+) 등이 이번 주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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