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대표기업들이 잇따라 국제적 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우선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반열에 오른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도 있지만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리스크로 비화될 조짐도 있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베끼기' 분쟁과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대차에 대한 미국에서의 집단 소송은 그런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연비과장'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미국 오하이오에서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500만달러(약 55억원)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또 캐나다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하겐스 버만이라는 로펌이 캘리포니아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현대ㆍ기아차가 연비의 우수성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온 만큼 브랜드 이미지 타격에 따른 판매 감소를 우려한다.





(11월2일 美로펌 하겐스 버만이 배포한 현대.기아차 소송내용 보도자료)



하지만 한국과 미국간 자동차 분쟁의 역사를 보면 이번 미국에서의 사건이 긴 여정 중의 한 챕터(chapter)라는 걸 알 수 있다. 앙국간 자동차 산업의 분쟁은 연원이 길다.

지난 1995년 미국 자동차제조협회(AAMA)가 한국을 슈퍼 301조 우선 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통상대표부(USTR)에 제출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무역 협상이 시작됐다. 말이 좋아 협상이지 8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일본을 비롯한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체들의 침투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미국인의 정서에 기댄 차별적 대응이었다.

최근들어 미국 업계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경고와 견제를 날려왔고, 정치권에서도 한국에 미국산 자동차는 드문데 미국에 팔린 한국산 자동차는 왜 많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한 상황에서 단순 숫자 비교로 비판하는 논리적 허점은 다분히 미국 업계와 정치권의 정서적 대응 측면이 강하다.

여기에 일부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현대차에 대한 소송은 미국과 한국의 선거가 임박한 시점서 보수주의자들의 선거용 이슈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라는 시각도 있다. 애플의 삼성 `딴지걸기' 역시 마찬가지 시각도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 강력하게 노골적으로 애플의 뒤를 봐주는 식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이 커 갈수록 해외에서의 `적'들은 늘어가고, 국가적인 간섭도 합세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우리 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 행정부나 정치권도 인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조업체가 정부를 등에 업고 우리 기업에 억지를 부리거나 불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은 모두가 합심해 적극 방어해야 할 것 같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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