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기업의 가격경직성 완화로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약화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이 확대되면서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8일 조사통계월보 '기업의 가격설정행태 및 기대인플레이션 특징과 시사점'을 통해 우리나라 1천572개 기업의 가격설정 행태를 조사하고 가격경직성을 통해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파악했다.

또한,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 정도를 파악해 관련 특징을 분석했다.

가격경직성이란 가격 조정요인 발생에도 다양한 현실적 제약을 반영해 경제주체들이 가격을 서서히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경직성이 강하면 통화정책에 따른 실질 이자율 변화로 소비와 투자 의사결정에서 변화가 나타나지만, 가격경직성이 약하면 실질 이자율이 변하지 않아 다른 경제에 파급력을 가질 수 없다.

설문 결과 지난 2016년 조사 당시에 비해 기업들의 가격경직성이 완화되면서 통화정책 파급효과는 다소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윤미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격조정 요인이 발생할 경우 가격을 점검하는 '상황의존형 가격점검'과 '부정기적 가격조정' 기업의 비중이 2016년에 비해 상승했는데, 이는 가격 경직성의 완화를 의미한다"며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은 2016년에 비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일정한 기간마다 가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의존형 방식' 기업 비중이 감소했지만, 주기적으로 가격을 점검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가격점검 주기는 늘었고, 가격을 조정한 기업들의 가격 조정폭도 양극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가격조정 횟수가 많을수록 평균 가격 조정폭은 작고, 가격 인하요인보다 인상 요인 발생 시 가격이 더 경직적으로 조정됐다.

남 연구위원은 "개별기업 특성에 따라 가격점검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비제조업보다 제조업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공공기관보다 사기업이, 장기예약 고객 비중이 낮을수록, 일반 소비자 고객 비중이 높을수록 상황의존형 가격점검방식 채택 비율이 높아 가격경직성에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수치와 당국의 물가안정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평균 10.6%로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0%를 크게 상회했고,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 수준도 9.7% 수준으로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남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체감물가가 상승하고 기업경영에 거시지표 활용도가 낮은 점,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 등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2016년과 비교해 기업의 가격경직성이 완화되고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은 확대되면서 통화정책의 파급효과와 지속성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남 연구위원은 "가격경직성 완화에 통화정책 파급효과가 전반적으로 약화했다"며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 확대로 물가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축소됐지만, 실물에 대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덜 감소하고 그 지속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질성 확대는 가격경직성이 높은 산업 분야나 기업 유형에서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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