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만 베셀 대표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베셀에어로스페이스가 자율비행 개인용 항공기(OPPAV)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설계 데이터 인증을 완료한 상태로, 내년부터 기체를 조립해 비행 테스트에 들어간다.

OPPAV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산자원부가 주관한 국책사업으로 한국항공우주(KAI), 현대차, 베셀 등이 참여중이다.

베셀은 기체 설계와 제작, 추진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직이착륙 개인용 항공기를 개발중인 베셀의 서기만 대표이사를 7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만났다.

베셀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로 시작했다.

2013년 항공사업부를 만들고, 2019년 스핀오프(spin-off) 방식으로 '베셀에어로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서기만 대표는 먼 미래 대한민국의 하늘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가슴을 파고드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그는 회상했다.

서 대표는 "UAM 테마에 편승하기보다는 민간항공기가 전무한 국내 항공산업을 개척하고자 이미 10년전부터 경량항공기 제작에 뛰어들었다"며 "만들기 쉬운 멀티콥터형 드론에만 수십, 수백 개 업체들이 매달려 있다. 국내 독자개발을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서기만 대표는 비행체 제작 경험, 비행테스트 성공, 안전성 인증 등 'KLA-100' 개발로 쌓은 노하우를 베셀에어로스페이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베셀은 2016년 2인승 경량항공기 'KLA-100'를 출시해 2017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경량항공기를 양산한 경험은 OPPAV 개발에 원동력이 됐다.

서 대표는 "독자적인 항공 모델을 설계하고 안전성인증까지 획득해 상용화한 업체는 군용기를 제작하는 KAI를 제외하면 KLA-100가 유일하다"며 "이 점이 관계기관이나 항공분야 대기업들까지 국내 기술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베셀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중량급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민간용 비행기를 개발하는 것도 국내에 유일무이하다.

베셀은 지난 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쇼 코리아 2022'에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중형급 무인항공기 'VAR-500X'가 전시했다.

멀티콥터형 드론보다 더 멀리, 더 오래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체로 도심항공교통(UAM)의 핵심 기술이다.

이 무인기는 2019년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 주관한 '무인항공기 기반 해양안전 및 불법어업·수산생태계 관리 기술개발' 과제의 성과물이다. 내년 해경과 해수부가 보유 중인 경비함정 등에 실전 배치된다.

서 대표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정익 비행기 개발은 국내에서 상용화까지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며 "해양수산부의 해안 정찰, 감시 프로젝트가 연내 시작될 예정인데 국내 첫 상용화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UAM을 포함한 민간항공시장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항공시장과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이미 경비행기 전용 공항 330곳을 만들었고, 2023년까지 700개 이상의 전용 공항을 완공할 예정이다.

국내에도 이러한 기반시설이 갖춰져야 항공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헬리콥터 이착륙장 크기의 버티포트, 500m~600m 길이 활주로 하나면 되는데 수도권 내에서 전용 공항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비행 테스트베드를 만들면 엔지니어들의 기술 향상으로 이어진다. 향후 UAM의 연결 활주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UAM 사업에 뛰어든 이유와 항공 사업에 대한 경영 철학은.

▲UAM이 미국, 유럽에서 화두가 되니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뒤늦게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베셀은 애초부터 UAM 테마에 편승하기보다는 민간항공기가 전무한 국내 항공산업을 개척하고자 10년전부터 민간항공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군용기가 아닌 민간항공기에서 국내 독자개발, 양산중인 모델은 우리 KLA-100이 유일하다. 대부분 업체가 만들기 쉬운 멀티콥터형 드론에만 매달려 있다. 이런 멀티콥터형 드론은 군용이나 광역감시, UAM용으로 확장하기엔 기술적 한계가 있고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의 'DJI'나 '이항' 같은 드론업체들을 이길 수 없다.

경항공기, 자가용비행기, UAM 시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기업들의 시장이다. 아무도 안 간 길이지만 우리가 시작하고 개척함으로써 '산업으로 애국하는' 기업가정신의 표상이 되고자 한다.

--강조하고 싶은 기술이나 향후 특허 출원 분야가 있나.

▲항공업계는 특허보다는 실제 비행기 제작경험, 비행테스트 성공 여부, 안전성인증, 체계종합 인증을 받은 업체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 독자적인 모델을 설계하고 만들어 안전성인증까지 획득해 상용화한 업체는 군용기를 제작하는 KAI를 제외하면 우리밖에 없다. 이 점이 관계기관이나 항공분야 대기업들까지 베셀에어로스페이스를 인정하고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가장 큰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특히 강조하고 싶은 기술이라면 헬기가 아니면서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정익 비행기 개발부분이다. 수직이착륙은 애초 군사적 목적으로 시작되어 UAM과 같은 미래항공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술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몇 안되지만, 국내에서도 아직 상용화까지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

--국책 사업들 향후 진행 일정은.

▲무인기는 해경 경비함과 해수부 어업지도선 등에 탑재하는 중형급 수직이착륙기 개발과제가 올해 말까지 종료된다. 현재 150~200kg급의 초도기 제작을 완료하고 비행테스트가 한참이다. 수직이착륙 고정익기는 군용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중형급 수직이착륙 무인기가 전력화되면 육군뿐만 아니라 해군, 해병대의 자체 항공전력이 완전히 새롭게 입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한국형 UAM기체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는 1인승 유무인 수직이착륙기 개발이 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내년 말까지 종료된다. 이 과제 역시 기체 전반적인 설계와 수직이착륙 등 추력시스템 개발을 우리가 맡고 있다. 1인승에서 얻은 기술을 기반으로 올 하반기나 내년 초 5인승급 기체개발과제가 시작될 예정인데 본 과제까지 베셀이 참여하게 되면 수직이착륙 고정익기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국내 업체들과 준비중인 협력 분야가 있는지.

▲국내 민간항공분야는 매우 열악하다. 어느 업체든지 협력과 경쟁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대한항공과 수직이착륙기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육군과 해병대 사단급 무인정찰기와 공군 중고도 무인기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국내 최고의 수직이착륙기술을 확보한 당사간에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대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항공산업의 발전과 기술의 첨단화를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다.

--국내 UAM과 민간항공 등 업계에 당부할 말이 있는지.

▲정부와 지자체가 진심으로 UAM을 포함한 민간항공시장을 육성하려면 언제나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놀 수 있는 마당을 깔아주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뛰어놀게 되어 있는 것이 시장의 생리다. 헬리콥터 이착륙장 크기의 버티포트(Verti-port) 하나, 500m~600m 길이 활주로 하나면 되는데 제대로 조성이 되지 않고 있다. 베셀에어로스페이스는 중국 강소성 염성공항 옆에 3천평이 넘는 공장과 1만평규모 토지를 10년간 무상으로 임대하는 조건으로 중국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런 기반시설이 갖춰진 나라는 절대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미국도 이런 항공인프라가 갖춰진 이후에 지금의 세계적인 항공기술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중소형 항공기를 포함하면 미국 하늘을 매일 26만대가 날고 있다. 이런 환경이니 UAM기술을 미국 업체들이 선도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jwchoi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