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이민재 기자 =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주요 화두가 긴축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또 하나의 중요한 정책목표인 '기대인플레이션' 관리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상승곡선이 언제 꺾일지 모르는 불확실성에서 기대인플레를 누그러뜨리고자 동원되는 통화당국자의 '입'이 시장의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중앙은행에 대한 관심도에 해석까지 복잡한 국면이라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했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조사됐다. 201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대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꾸준히 상승한 것이 특징이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은 국내 소비자들의 미래 물가 전망까지 높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에 후행하는 성향이 있어서다. 한은과 정부는 우리나라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율 역시 새로운 기록을 계속 경신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기대인플레를 잡고자 동원되는 대표적인 수단이 당국자들의 '입'이다. 대부분의 미래 가격, 또 이를 둘러싼 수요·공급은 정책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전일 나온 이창용 한은 총재의 '빅스텝(50bp 금리 인상)' 발언 역시 이러한 정책 수단의 일환이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빅스텝 발언은 한은이 인플레 기대 심리를 꺾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약 2시간 만에 이 총재의 발언이 원론적이라고 해명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미국과 통화정책 시그널(신호)에서 정반대의 행동을 한 셈이 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75bp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시장참가자들이 생각지 않은 부분을 공론화했고, 미국은 시장의 컨센서스를 뒤집은 것이 큰 차이다.

한 금융사의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자이언트 스텝을 포기하고 얻은 비판이 기대인플레 관리에 대한 의무인데 이창용 총재는 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충분히 할만한 발언이지만 미국은 다소 도비시, 우리나라는 호키시해졌다는 것이 이전과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가 빅스텝을 또다시 거론할 기회는 많다. 당장 다음주에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기자간담회가 대기 중이다. 중앙은행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인데, 시장참가자들에게 어느 정도나 명확한 시그널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기대 인플레를 잡기 위해 멘트로 겁을 줘서 자산 가격 오버슈팅을 못 하게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문제인데 총재의 말이 시장에 극도의 혼란을 가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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