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글 "레이팅에 '디페깅' 임의 선반영은 불가…평가 후행 아냐"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루나 폭락 사태에서 코인 신용 평가사도 비난을 면치 못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평가에서도 경쟁 체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공시 및 평가 정보를 제공하는 '쟁글(Xangle)'은 지난주 루나 사태가 불거진 후 11일 평가 등급을 기존 A+(76점)에서 BB(50점)으로 5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후 루나 가격이 일주일도 채 안 돼 99% 이상 폭락하며 메인넷 가동이 중단되자 프로젝트에 대한 정량적 또는 정성적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13일 평가 등급을 '평가 불가(Not Available)'로 결정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인 UST의 가치가 1달러를 밑돌며 '디페깅'이 발생한 것이 지난 4일부터고 이에 루나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낸 것이 10일부터였던 만큼 쟁글의 등급 하향 조정이 후행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A+등급의 경우 우수한 프로젝트로 발행한 가상자산이 향후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로 비교적 안전한 가상자산으로 분류될 경우 부여되는 등급이고, BB등급 역시 '보통 수준의 프로젝트'로 발행한 가상자산의 활용이 예상될 경우에 해당한다.
 

루나에 대한 쟁글 평가 내역
*자료 : 쟁글

 

 

 


◇쟁글이 유일한 대안…"코인 평가사 경쟁 체제 필요"

이번 루나·테라 사태에서 투자자들에 주어지는 정보가 매우 비대칭적이었던 만큼 신평사들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및 사전 예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코인 프로젝트의 신용을 평가할 회사는 쟁글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쟁글은 지난 2018년 11월 법인 설립을 했고 2019년 4월 베타서비스 론칭을 해 올해로 4년 차 업력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기존 전통 자산 시장에서 신용평가회사가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등 3대 체제로 나눠진 것과 비교했을 때 추가적인 가상자산 평가사의 진입이 필수적인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에 특화된 전문성과 역량을 가진 신용평가사들이 추가로 등장해 경쟁 체제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설재근 한국블록체인협회 수석부회장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공시나 평가 관련된 부분의 여건들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여러 평가사가 생기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 주식과 채권을 보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도 "기존에 없었던 시장이 생기면서 평가사에 대한 시장 지형도 새롭게 변화할 것"이라며 "현재 코인 평가에 대해선 쟁글이 유일해 독과점 구조이나 앞으로 추가적인 가상자산 신평사들이 등장하면서 경쟁 체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쟁글 "밸류에이션과 레이팅 구분해야…임의 선반영 불가"

쟁글 측은 후행적 평가라는 지적에 대해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쟁글은 루나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달 초 시작해 지난 9일과 11일 UST 등 스테이블 코인의 속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콘텐츠를 내기도 했다.

김준우 쟁글 공동 대표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쟁글의 역할은 밸류에이션 영역이 아니고 레이팅 영역"이라며 "이번 등급 조정을 두 번 한 이유는 첫째 UST의 가격 디페깅 심화와 메인넷 중단인데 두 가지 모두 예측하기 어렵고 시장 다른 요인에 의해 디페깅이 풀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선제적으로 반영해 등급을 낮출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루나 재단에서 비트코인을 대부분 유동화한 걸로 보이나 그 부분에 대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정확히 일어난 팩트와 현상을 기준으로 등급을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며 등급을 임의로 하향 조정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쟁글 측은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대량 지분 매도 등에 대한 유통 공시 도입 필요성과 함께 향후 건전한 경쟁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루나 사태를 기존 자본시장법상 공시에 대입해 보면 대량 매도에 대한 유통 공시가 이뤄졌어야 했다"며 "매우 큰 '고래 지갑'에서 비트코인(BTC)과 UST에 대한 동시 매도가 있었는데 사실상 아무런 대응이 없었고, 이를 신평사가 먼저 잡아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신평사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 본다"며 "크립토를 분석할 전문성과 인력, 인프라 갖춘 경쟁사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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