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간담회 전 악수하는 추경호-이창용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노요빈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에 대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수장의 진단이 엇갈리면서 정책공조를 둘러싼 엇박자 논란이 재점화했다.

재정과 통화, 거시경제를 둘러싼 양 기관의 성격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1,200원 중반대를 상회하는 등 역사적 고환율 국면에서 외환당국의 일관성 있는 정책 스탠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전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을 보면 대규모 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이 상승한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만이 아니라 주요 통화들이 겪는 공통 현상"이라며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달러-원 환율이 1,260~1,270원대로 상승했지만, 주요국 통화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인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등 매크로 변수에 따른 자연스러운 환율 변동이라는 게 총재의 견해다.

반면 같은 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재차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추 부총리는 전일 국회에서 "지금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전반기적으로 비상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외환당국 수장들이 고환율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간극을 드러내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혼란도 커졌다. 한쪽에서는 고환율 수준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고, 다른 한쪽에서는 환율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두 신임 경제사령탑이 환율 상황에 대한 인식의 온도 차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25일 기재부가 공식 구두 개입과 함께 실개입 추정 물량으로 시장 대응에 나선 가운데 같은 날 취임한 이 총재는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원화의 달러 대비 절하 폭이 다른 통화들과 비교해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개입의 효과를 떨어뜨렸다.

또한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원화가 더 절하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시장에서는 당국의 상반된 신호가 자칫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이전에도 총재가 환율을 언급하면서 시장에 논란을 야기했는데, 이번에도 환율이 올라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며 "결국 같은 얘기가 또 나왔다"고 말했다.

환시 참가자들도 1,300원에 육박하는 환율 오름세가 한 차례 진정됐지만, 역사적으로 달러-원 레벨은 여전히 고점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B은행의 한 딜러는 "솔직히 총재 발언은 시장에 달러 롱 재료라고 봐야 한다"며 "기재부랑 한은이 미묘하게 스탠스가 다르다"고 말했다.

C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한발 물러서는 느낌"이라며 "일선 딜러의 입장에서 인위적으로 막는 것보다 시장에 맡기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에서 원자재와 중간재 등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고환율로 인한 달러화 결제 대금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B딜러는 "우리나라는 순수하게 수출국만은 아니다"며 "국가 경제 전체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입 기업이 너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유가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 곡물 가격도 오르면서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라고 해도, 브라질 헤알이나 타이완달러 등 신흥국 통화에 비하면 원화의 절하 폭이 상당히 큰 편이다"며 "환율뿐만 아니라 원자재가격 상황 등을 종합해서 본다면 경각심을 가질 만한 레벨이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 안정화를 염두에 두고 나온 언급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본유출 우려가 다른 나라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외환시장 건전성을 강조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 대내외 경제 여건이 위기 상황을 벗어났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만큼 외환 당국이 한목소리를 내며 시장에 혼선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 등의 삼중고에 빠진 국내 기업 등 경제주체 어려움을 고려할 때 환율 안정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전일 발언은 시장에 크게 의미는 없었지만, 점점 한국의 경기둔화가 지속될 것을 전제로 환율을 언급한 듯하다"며 "주요국 경기 모멘텀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 둔화에 좀 더 가속도가 붙은 상황으로 인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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