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와 캐피탈사를 포함한 여전업계와 첫 만남에서 '신용스프레드'를 꺼내 들며 유동성 확보를 강조했다.

최근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여전채 신용스프레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경고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5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전사 CEO 간담회'에서 최근 여전채 신용스프레드 수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원장은 "올해 6월 이후 여전채 스프레드가 지난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최고점 92bp를 상회했다"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이 제시한 여전채 신용스프레드는 116bp로 지난 1일 기준 'AA-'등급 3년물 기준이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동일 등급의 여전채를 기준으로 지난 4일, 117.6bp까지 신용스프레드 수준이 더 확대됐다.

여전채 수요가 말라붙으면서 신용스프레드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여전채 만기도래 규모는 올해 하반기 30조6천억원, 내년에는 67조원에 달한다.

이복현 원장은 "추가적인 대출처 확충이나 유상증자, 자금지원 등 대주주 지원방안 확보 등을 통해 만기도래 부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수 있어야한다"면서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시장 금리가 크게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영업 자제령이 떨어졌다.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영업자산을 늘리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형 카드사 CEO는 "카드사는 자금조달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방점이 있다"면서 "카드사 공통으로 무리하게 영업자산을 늘리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나가는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조달 여건이 어려우면 해외에서 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것"이라며 "국내 환경이 더 어려워지면 해외에서라도 조달에 나설 수 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고 해외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정도가 대규모 해외조달에 성공한 예다.

올해 1월 신한카드가 4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를 찍는 데 앞장섰고 KB국민카드도 상반기 총 4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완료했다.

유동성 관리는 캐피탈사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IB 영역의 핵심이 되는 기업 대출이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도록 여신심사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캐피탈사는 최근 몇 년간 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IB 부문을 확대하며 일부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문에서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형 캐피탈사 CEO는 "캐피탈사의 수익구조라는 것이 한정적인데 기업금융을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수익 다변화를 위해 IB를 확대하는 방향성은 맞다고 보고 최대한 안정적인 수익을 내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모든 PF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기업 대출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와 '기업 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유동성 악화를 경고하면서도 아직 금융당국의 개입을 통한 시장 안정 조치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당국 차원의 시장 안정 조치는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 "여전사가 스스로 시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먼저다"고 말했다.

금감원장,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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