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20년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상승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바탕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 침체 전망이 짙어지면서다. 세계 최대의 수출국인 러시아가 유로존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는 가운데노르웨이 해상 유전·가스전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5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국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35.79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35.710엔보다 0.080엔(0.06%) 상승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02757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04235달러보다 0.01478달러(1.42%) 하락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9.38엔을 기록, 전장 141.44엔보다 2.06엔(1.46%)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105.187보다 1.25% 상승한 106.498을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의 장중 동향을 보여주는 틱 차트:인포맥스 제공>

유로화 가치가 급락했다. 유로존의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다. 노르웨이 해상 유전·가스전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유로화 가치 급락의 방아쇠가 됐다. 천연가스 등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파업으로 이날 하루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이 8만9천 배럴 줄어들고 천연가스도 전체 생산량의 전체 생산량의 13% 정도인 29만2천bpd가 감소할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지난 1일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까지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을 이달 중순부터 10여일 간 잠정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가스관 운영사인 '노르트 스트림 AG'는 "7월 11~21일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 2개 라인이 모두 일시 중단될 것"이라면서 "기계적 요소와 자동화 시스템 점검을 포함한 정기 점검 작업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르트 스트림 AG 최대 주주인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도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가스관 설비 수리 지연을 이유로 노르트 스트림을 통해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60% 축소해 독일 내 에너지 위기 우려를 키웠다. 가스관 운영사인 '노르트 스트림 AG'는 기계적 요소와 자동화 시스템 점검 등 '정기 점검'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되는 유로존의 경기는 빠르게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존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5개월 새 최저치를 나타냈다.6월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53.0으로 예비치 52.8을 소폭 상회했다. 다만 전월치인 56.1보다는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5개월 새 최저치다. 동기간 합성 PMI 확정치는 52.0으로 16개월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했다. 잉글랜드 은행(BOE) 영국과 세계 경제 전망이 크게 악화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BOE는 이날 발표한 분기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영국과 세계 경제 전망이 크게 악화했다"라며 "영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음식료, 에너지와 같은 필수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성장 전망도 나빠졌다"라고 말했다. BOE는 "이는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파운드화는 1.22% 하락한 1.19567달러에 거래됐다.

호주중앙은행(RBA)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85%에서 1.35%로 50bp(1bp=0.01%포인트) 올렸지만 호주 달러화 강세는 제한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을 바탕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RBA는 지난 5월 금리를 25bp 올리며 11년 만에 첫 인상을 단행한 이후 6월과 7월에도 각각 50bp씩 금리를 끌어올리는 등 3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이어갔다. 호주달러화는 전날 보다 1%나 하락하는 등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호주달러화는 올해 들어서만 달러화에 대해 7%나 하락했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유로화가 20년 만에 최저치에 가까워지면서 변동성이 급증하고 옵션 거래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투기적 움직임과 같은 하방을 노리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유로화 매수에 대한 헤지인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MUFG의 글로벌 리서치 헤드인 데릭 할페니는 "에너지 수급상황이 악화되고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이 뚜렷하게 늘어나는 가운데유로화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랠리를 이어가기는 상당기간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는 " 많은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이제는 반전된 환율 전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이 환율 하락을 제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향후 몇 달 동안 대규모 금리 인상을 추진한다면 여러 통화가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퀴티 캐피털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튜어트 콜은 "(유로존 경기의)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의 외환분석가인 주단 로체스터는 "모두가 '노르트 스트림(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 꺼질 것이라는 준비를 하고 있고 러시아는 이미 그것을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고 신호를 보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실제로 독일의 경쟁력을 타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고도화된 제조 공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과 보급의 부족에 직면해 있다"면서 " 그래서 유로존은 경쟁력이 무너지고 수출이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P모건의 그레이스 피터스는 "시장은 온통 경기 침체 위험에 관한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작년부터 관심사지만 6월 초부터는 소비자의 행동이 크게 바뀌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후로 미국 모기지 시장이나 PMI(구매 관리자 지수 조사) 또는 소비자 신뢰에 관계없이 경제지표는 경제 모멘텀이 2분기 이후에 상당히 악화됐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실제로 환율 변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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