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소신있는 공직자라는 말을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공직에서 37년 5개월 만에 물러나는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이임식에서 예정에 없던 소회를 밝혔다. 가계부채관리와 가상자산사업자 관리 등 재직 기간 중 굵직한 성과를 엮은 직원들의 영상 편지를 본 다음의 일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약 10개월 동안 가계부채와 전쟁을 치렀다.

후보자로 지명됐던 즈음 가계대출은 이른바 '폭증세'를 보이던 때였다. 실제로 작년 7월 말 기준 전 금융권 가계대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무려 10%였다. 한 달 사이에 가계대출 규모가 15조2천억원 늘어난 영향이었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대출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대해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후보자 시절이던 때에도 후보자 동정자료를 통해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이 시기에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추가 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취임한 지 약 두 달 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과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이에 작년 말에는 가계대출 증가율은 7.1%까지 내려왔고, 올해 5월엔 3.4%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9조6천억원으로, 올해 1월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소신은 금융위 실무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전일 열린 이임식에서 그동안 가계부채를 담당했던 사무관들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고 전 위원장의 격려 덕분에 올해 1분기 첫 '디레버리징'이 나타났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남겼다.

결국 '소신 있는 공직자'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던 고 전 위원장의 소원이 이뤄진 셈이다.

금융위를 떠나는 고 전 위원장에게 직원들은 '고고익선'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다음에 더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전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한국은행의 '빅스텝'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연초 3,000선까지 올라섰던 코스피도 2,300선까지 밀려났다. 이른바 '퍼펙트스톰'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에 인기가 아닌 소신을 좇는 공직자가 '다다익선'이길 바란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이임식에서 꽃다발 받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2.7.5 kims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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