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얼마나 바쁘냐'고 묻는다. 매일 들여다보고 전망하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금리와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니 할 일이 무척 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은 일이 많아진 것보다는 새로이 맞이해야 하는 매크로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40여 년 만에 도래한 8%대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한 정책, 시장의 대응을 실제로 접한 것보다 주로 데이터와 문헌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와 다른 현재의 경제시스템 특성이 과거 경험을 일반화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과거와는 다른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시작할 때 작금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달러 강세, 경기침체 우려 등은 일찍이 예상됐다. 비정상적 정책의 정상화 과정이 매우 험난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그러나 세계화와 중국 부상, 정보통신기술 확산 등으로 저물가와 그로 인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런 경고를 잊고 지냈다. 채권시장은 저금리로 호황을 지속했고, 세계화와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따른 교역 증가와 생산성 개선은 주식시장을 호황으로 이끌었다. 그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와 미중 무역갈등 등 다양한 리스크는 이 같은 시장의 큰 흐름을 막지 못했다. 여기에 암호화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까지 잔치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잔치가 끝나는 분위기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높아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5월 초만 하더라도 올해 말 연준의 정책금리 수준은 2.5%로 예상됐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연말 정책금리 수준은 3.5%로 상승했다. 이 같은 인상 폭이 현실화하면 한 해 동안 정책금리의 인상 폭이 3.25% 포인트에 달해 1990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될 것이다. 정책금리 인상은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수요측이든 공급측이든 상관없이 경기를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다. 즉 경기 위축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해야만 현재 8%대 인플레이션을 연준이 목표로 하는 2%에 가깝게 낮출 수 있다.

향후 경제와 시장 전망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미국 경제와 관련해 두 가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 경기침체 즉 리세션까지 진행될 것인가'이며, 또 하나는 '그 기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할 것인가'이다. 혹자는 7월 1일에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가 전기대비 연율로 -2.1%를 기록해 종전 추정치 -1.0%에서 재차 하락하자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연율 -1.6%로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2분기 연속 전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기술적 경기침체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이 실제로 마이너스를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발표된 주요 심리지표나 소비 및 소득지표가 다소 부진하기는 했으나, 실업률이 3.6%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취업자 수 증가 폭도 40만 명 내외로 양호해 소비와 소득이 급속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경기침체는 지금 또는 올해 이내보다 내년 초에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연준이 7월 이후 정책금리를 1.75%포인트나 더 인상할 전망인데, 기존의 금리 인상 폭에 더해 시차를 두고 누적해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정책금리 인상과 더불어 상승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약 9개월 정도의 시차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전망을 배경으로 최근에는 미국 경제가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이전보다 높은 30%에서 50%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은행(IB)들의 2022~2023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 내외로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한다. 이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진다고 해도 그 침체의 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두 번째로 경기침체 혹은 부진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난달 24일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미국 경제 전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IMF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1.7%로 둔화한 후에 2024년에는 0.8%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2022년 말 5.4%에서 2023년 말 2.0%, 2024년 말 1.8%로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적 금융 상황이 가계 및 기업의 소비와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과 높아진 금리, 유동성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에 대한 금융시장 대응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IMF는 이런 사태는 연준이 높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한 상황에서 경제와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유동성을 투입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IMF의 전망과 같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면 임금 상승 폭이 물가 상승 폭을 하회해 실질임금이나 실질소득이 하락하고, 경기 둔화와 가격 상승 폭 제약으로 기업이익도 의미 있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리의 하락 폭도 주가의 상승 폭도 모두 제약되는 거시경제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바쁠 것 같다.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할 것이고, 경기와 시장의 변곡점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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