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선방했던 수출이 다중 악재를 만나며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더딘 회복세, 반도체 수요 감소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이미 역대 최대치인 올해 무역적자가 기록적인 300억불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30원 올릴 경우 3개월간 무역수지가 25억달러 개선된다며 전기요금을 인상해서라도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 4중고에 맞딱뜨린 수출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88억8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수출도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9월 1~20일 수출은 329억5천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 줄었다.

월말에 수출이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수출 감소세 전환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수출액은 2020년 10월 이후 증가세를 유지했다.



단일 수출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동력을 잃으며 수출 둔화의 원인이 됐다.

중국이 코로나19 무관용 정책으로 봉쇄조치를 하면서 대중 수출은 4개월째 감소했다.

반도체는 정보기술(IT) 기기 및 데이터센터발 수요 하락으로, 철강은 중국산 철강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수출이 줄었고 일반기계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기계 시장 위축으로 감소했다.

다만 수입은 전월비 줄어들면서 대중 무역수지는 5개우러만에 흑자(6억8천만달러)로 돌아섰다.

수출 효자 품목이었던 반도체도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전년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소비자 구매력 감소 등이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으로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서버 투자가 보수적으로 전환했고, 스마트폰이나 PC 등 IT 기기에 대한 수요도 둔화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함에 따라 하반기 매출 가이던스를 4월 전망치보다 30% 가량 낮춘 상태다.

수요 감소에 더해 단가 하락도 수출에 부담이다.

D램 고정가는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4분기 2.50달러로 하락할 전망이고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4.81달러에서 4.20달러로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환율은 이제 부담이 됐다.

수출액을 늘리는 것보다 원·부자재 수입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달러-원의 향후 최고가를 평균 1,422.7원으로 보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답했다.


◇ 연간 무역적자 얼마나
이제 상수가 된 높은 에너지 가격에 수출까지 둔화하면서 무역적자가 연간 3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누계 무역적자는 288억8천만달러로 이미 종전 최대 기록 206억달러(1996년)를 웃돈다.

300억달러까지 11억2천만달러가 남은 만큼, 수출입 상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10월 누계 무역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을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적자는 281억7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역적자가 300억달러가 넘을 것이란 응답도 40.0%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전년 대비 4.7%로 제시했다.

종전 9.2%에서 4.5%포인트(p)나 낮춘 것으로,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10.8%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출 기업 300곳을 조사한 결과 64.7%가 올해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된 이유로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 무역적자 해소 위해 전기요금 더 올리나
경제단체들은 무역환경 악화에 대응해 정부에 환율 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 규제 완화, 세제 지원, 해외자원 개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는 수출 둔화와 무역적자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수출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수출기업을 상대로 무역보험 체결 한도를 상향해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원까지 무역금융을 공급하기로 했고 수입보험 적용 대상 품목과 한도를 9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해 수출기업의 원자재 수입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의 물류비를 추가 지원하고 내수기업의 수출성장금융도 500억원 지원한다.

이에 더해 이달 중 무역수지 대책을 발표한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이 "무역수지 대책에 전기요금 인상안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밝힌 만큼 전기요금 인상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이달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6.6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연 3천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추산돼 전기요금이 더 오를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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