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버락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 전 초박빙 승부가 예상됐지만 경합주를 싹쓸이하며 다소 싱겁게 끝났다. 재선 바람을 탄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순탄한 출발을 희망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첫 번째 암초다.

월가는 재정절벽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정절벽은 재정의 공백을 의미하는 말이다. 감세를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책이 연말에 종료되고, 내년 초에는 재정감축이 자동으로 실행돼 재정투입량이 급감한다. 미국 경제가 퇴로없는 재정의 낭떠러지(cliff)로 떨어질까 봐 걱정하기에 생긴 말이다. 오바마의 재선 이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타는 것도 이를 염려해서다.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사실상 지탱해왔던 재정투입이 중단되면 경제회복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 기업들은 재정절벽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고용 등 중요 계획을 미뤄뒀다. 대선에서 국정운영을 할 대통령이 결정돼야 사업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기업들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재정절벽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봤으나 오바마가 재선하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민주당은 오바마의 재선으로 백악관을 접수했으나 공화당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을 장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권과 의회권력을 분점함에 따라 재정절벽 등 중요 쟁점에서 격렬한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양당은 서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재정절벽 문제는 연내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내년 1월부터 당장 재정지출 감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연말까지 해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협상 기간이 너무 짧은데다 레임덕 의회(마지막 회기)의 특성상 양당 의원들이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격적인 타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시간을 버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예컨대 연말로 예정된 경기부양책 종료 시점을 좀 더 연장하고 내년 초에 양당이 다시 협상해 재정절벽 해결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재정절벽 문제는 시간이 문제지 결국은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나타날 정치적 후폭풍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행선을 달리는 양당의 정책기조를 고려하면 막판까지 어려운 협상과정이 예상된다. 벼랑 끝에 설 때까지 한치의 양보 없는 정쟁이 치러지는 가운데 신용평가기관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직후 쉴 틈도 없이 재정절벽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2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한다. 16일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재정절벽 문제 해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19일부터 1주일간 추수감사절 휴회를 가진다. 이에 따라 재정절벽 이슈는 26일이나 돼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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