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Psychopath)'는 널리 알려진 대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들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양심의 가책이나 후회도 느끼지 않으며, 자기중심적인데다 남을 잘 속이는 성향 등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사이코패스 앞에 기업을 의미하는 수식어가 붙은 '코퍼릿 사이코패스(Corporate Psychopath)'는 기업이나 조직에 속해 일반인들과 구분되지 않는 사회생활을 하는 정신이상자들을 뜻한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섬뜩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이 중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사이코패스는 겉으로 봐서는 그 특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두뇌회전이 빠르고 치밀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코퍼릿 사이코패스는 조직에서 다른 이들을 제치고 승승장구할 가능성도 크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심리학자 폴 바비악은 지난해 기업주 25명 중 1명은 '성공한 사이코패스'라는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다.

최근 코퍼릿 사이코패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금융위기가 코퍼릿 사이코패스에 의해 촉발됐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지난 수년간 수백명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코퍼릿 사이코패스에 대해 연구해온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의 클라이브 보디 교수는 지난해 8월「기업윤리저널(Journal of Business Ethics)」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발표되고 나서 1만번 이상 다운로드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또 월스트리트 출신의 유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코핸이 이달 초 칼럼을 통해 소개하면서 보디 교수의 논문은 더욱 널리 알려졌다.

보디 교수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이 금융기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지렛대로 작용하지만, 결국에는 그 조직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고 설명한다.

항상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현대 금융기관의 특징은 코퍼릿 사이코패스가 암약할 수 있는 온상이 된다.

자기 충족과 자기 권력의 확대만을 추구하는 이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나 평등, 공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과 같은 가치는 헌신짝처럼 여긴다.

이들은 책임감이 없고 타인에 대한 동정ㆍ연민을 느끼지 않는 탓에 기업이 망하게 된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고, 실직과 투자금 손실로 망연자실한 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지도 않는다.

코퍼릿 사이코패스를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꼽는 보디 교수가 내놓은 처방책은 '정신감정'을 통해 사이코패스를 조직에서 걸러내자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썼다.(국제경제부 김성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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