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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매우 합리적이고 약삭빠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어리숙한 존재이다. 그들은 약간의 속임수만으로도 쉽게 속아 넘어간다. TV에서 연일 방영되는 마술을 보라. 동전이 유리를 통과하고, 눈앞에 멀쩡하게 보이던 카드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게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물론 불가능하다. 알다시피 그건 모두 눈속임, 즉 속임수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이 그런 손쉬운(물론 마술사는 관중의 눈을 속이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였을것이다) 속임수에 곧잘 속는다는 점이다.

최근에 읽은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요헨 마이, 지식갤러리)이라는 책에는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심리실험이 나와 있다. 그는 대학교 복사기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반응을 살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5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먼저 복사기를 써도 될까요?” 그 질문을 받은 학생들의 60퍼센트가 순서를 양보해주었다. 이번에는 질문의 내용을 좀 바꾸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5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먼저 복사기를 써도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아주 급해서요.” 분명한 이유를 댔기 때문인지 94퍼센트나 되는 학생들이 순서를 양보해주었다.

마지막 단계로 질문을 또 바꾸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5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먼저 복사기를 써도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5장만 복사해야 해서 그런데요.” 이건 뭔가? 이유라고 댄 것이 대체 중언부언,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의 93퍼센트가 두말없이 순서를 양보해주었다.

치알디니의 결론은 이렇다. 이유의 내용이 어떻든 상관없다. 무엇이라도 좋다. 그저 어찌어찌 이유를 대고 부탁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을 들어주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 이러니 어찌 인간이 어수룩한 존재가 아닌가?

어쩌면 당신도 이런 매수 추천을 받고 주식을 산 것은 아닌가? “그 주식을 꼭 사야합니다. 왜냐하면 주식은 원래 사는 것이니까요.” 혹은 “그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왜냐하면 좋으니까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게 무엇이어도 좋다. 엉터리 같은 이유라도 괜찮다. 인간은 “왜냐하면”에 약하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은근 걱정이 된다. 나도 내 주장을 펼치면서 ‘왜냐하면’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제가 5장만 복사하면 안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5장만 복사해야 해서 그런데요” 처럼 엉터리, 말도 안 되는 ‘왜냐하면’을 늘어놓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술사가 사람들의 눈을 속이려고 피나는 노력을 다하듯, 나 역시 매주 이 칼럼을 쓰느라 ‘머리에 쥐가 나는’ 경험을 한다.

그럼에도... 혹시 내 글이 당신에게 엉터리 같은 “왜냐하면”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지극히 다행이지만.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일목균형표 구름 하단의 ‘도움’을 받아 1,888선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지수는 크게 하락하는 봉변을 당하지 않고 다행스럽게도 1,900선 위쪽으로 반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이다.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수는 있으나 반등폭이 너무나도 미미하였다. 지수가 구름 안에 있는지라 제대로 된 방향성을 기대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그렇지 구름 상단은 고사하고 기준선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매수세가 취약하다는 강한 방증이 된다.

급기야 지수는 주 후반에 접어들면서 밀리고 말았다. 지난 금요일(11월9일)의 경우, 마감 기준으로 1,900선은 아슬아슬하게 지지하였으나 장중에는 구름 하단을 무너뜨리기도 하였다. 한번 무너진 둑은 다시 쉽게 무너지는 법. 지지선이 1차 붕괴되었으니 2차, 3차 붕괴되기는 더 쉽다. 지지선의 강도는 현저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일목균형표의 모든 것은 ‘하락’을 말하고 있다. (1) 전환선은 하락세로 바뀐 지 한참이나 지났고, (2) 기준-전환선도 일찌감치 역전되었으며 (3) 후행스팬 역시 26일전 주가 지지를 무너뜨리고 밑으로 까마득하게 추락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지수가 구름 하단 아래로 내려서는 일. 주가가 구름 아래로 내려간다면 상승세는 만사휴의이다.

더구나 상황은 매우 불리하다. 일목균형표를 얼핏 보기라도 한다면 누구나 마지막 남은 지지선인 구름 하단마저 이번 주 수요일(11월14일)부터는 급격하게 위쪽으로 들려 올라가는 양상임을 발견할 수 있다. 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그냥 머물러 있더라도 구름이 위로 올라가 버리니 주가는 저절로 구름 아래로 내동댕이쳐지는 셈. 마치 아침에 어머니가 늦잠 자는 아들을 깨우려고 이불을 훌쩍 걷어내 버리는 것과 같다. 그는 잠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불에서 나와 버린 셈.

똑같다. 구름이 위로 올라가면서 지수가 구름 바깥으로 내려온다면 만사휴의이다. 구름의 지지마저 사라진 마당에 추세는 완벽한 하락세일 수밖에 없다.

(달러-원 주간전망)

매번 하는 말이로되, 달러-원 환율에 대한 전망은 기술적 분석의 손을 떠났다. 차트를 보면 추세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하락세이다. 더구나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이던 지지선들, 즉 1,110원, 1,100원, 1,090원 등등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그 와중에도 1,100원의 지지선은 약간 버티긴 했다만) 나가떨어졌으니 기술적 분석이 무어 소용이 있을꼬. 그러니 이 글을 쓰면서도 솔직히 맥이 좀 빠진다.

결론은 뻔하다. 미리 말해놓겠다. 달러-원은 또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게 추세이니 막을 자가 없다.

차트는 항상 과매도(oversold) 국면이다. 스토캐스틱도 바닥이고, RVI도 바닥이며, RSI도 내내 바닥만을 기고 있다. 따라서 언제이건 환율이 반등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요즘들어 과매도 국면이 아니었던 때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고? 달러-원이 1,100원에 근접하였을 때, 혹은 1,090원에 다다랐을 때, 아니면 1,085원까지 주저앉았을 때... 모두 차트상으로는 과매도 국면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환율은 약간반등하는 정도에 그쳤다. 반등해보았자 2, 3원 정도였으니 전혀 겁나지 않다.

이번도 같다. 차트는 바닥권이니 환율이 살짝 반등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추세가 확연하게 하락세인데, 이런 와중에 어찌 반등을 기대하고 ‘롱’ 포지션을 취하겠나.

매일 분석은 똑같다. 그러니 달러-원은 기술적분석의 손을 떠났다고 말할 수밖에.

<김중근의 기술적분석START>1395<김중근의 기술적분석END>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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